계획과 협력에서 다름을 느끼는 요즘
여기 와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일을 미리 준비하고 계획해서 진행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이 늘 시간이 급박해진 뒤에야 시작되고 마무리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이런 업무 방식이 쉽지 않다. 어떤 일이든 충분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 결국 더 나은 결과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매번 쉽지 않은 도전이다.
최근 은행 내 세미나를 준비하면서도 이런 상황들을 여러 번 경험했다. 포스터는 이미 마무리되어 홍보는 진행하고 있지만, 콘텐츠에 대한 검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미나 계획과 발표자료에 대한 검토도 미리 요청했지만 검토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이런 상황들이 꽤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그러려니 하며 나 역시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오늘 마쳐야 할 업무의 우선순위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김없이 세미나 전날이 되자 계획과 내용들이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미나 당일, 시작 한 시간 전까지도 큰 수정들이 이어졌다. 전체적인 세미나 준비를 맡고 있는 나에게는 그동안 별다른 피드백이 없다가 마지막 순간에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의견들이 때로는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보면 처음부터 잘 구성된 세미나와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급하게 바뀐 세미나의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디테일한 측면에서 보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사전에 단 30분만 더 투자해 논의했더라면 마지막에 그렇게 급하지 않았을 텐데, 실수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일찍 준비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모든 것이 어딘가 성급하고 디테일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점이 아쉽기도 하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실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프리카에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겉으로는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나 역시 여기 와서 어떤 일이든 도움이 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정작 내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 내 직책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내가 전달한 가이드가 충분히 명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들이 화가 나기도 하고 섭섭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크게 마음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도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하려고 한다. 완벽한 계획을 기대하기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이곳에서 배워가야 할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계획을 세우는 법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