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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ist Feb 20. 2021

인싸가 되길 포기했다.

일명 인싸 앱 '클럽하우스'를 삭제한 이유


학부 전공이 미디어학과라 온라인 플랫폼에는 친숙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링크드인을 누구보다 빨리 시작했지만, 자랑할게 없어진 것 같아서 링크드인을 제외한 SNS는 모두 끊어버린지 1년이 넘어간다. 최근 날 궁금하게 한 SNS가 있었다. 이번 설 연휴에 '핫'하게 기사가 올라왔던 '클럽하우스'라는 플랫폼이었다. 맨 처음에는 진짜 '(나이트)클럽'과 관련된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고 음성 기반의 일명 '인싸'들만 활용하는 SNS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대를 받지 못해 설 연휴에는 사용하진 못했다. 그렇다고 초대장을 구걸해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에 핀란드에 계시는 대학원 선배가 나에게 초대장을 보내주었다. 스타트업 쪽에 계신 분이시고, 원래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모든 SNS에서 활발했던 분이셨기에 '클럽하우스'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이 없었다. '관종'끼가 다분한 나는 초대를 받았다는 사실 하나로 안도감이 생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지인과의 SNS는 금한지 1년이 넘었기에 시작할까 말까 고민을 한 1초 정도 하고 어떤 플랫폼인지 궁금해서 로그인을 해보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피곤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전화번호를 통한 가입인증이 되어 내 전화번호와 내가 저장해 둔 전화번호와 모두 연결이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직장 동료가 나를 팔로우 하기 시작했다. SNS에서 회사 사람들을 최대한 배격하고 있던지라 먼가 찜찜했다. 초대장을 보내는 시스템이 어떤지 한 번 보니, 내가 저장된 전화번호의 지인이 '클럽하우스'에 계정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 가능했다. 그리고 새로운 나의 팀장님도 있는 걸 발견하며, 이 앱의 사용 여부에 따라 '인싸'와 '아싸'를 구분하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사실 신경 쓰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뭔가 동의 없이 회사 동료들에게 정보가 노출되고, 노출된 정보를 보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큰 피로감이 오기 시작했다.


두 번째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의 관심사들이 대부분 '해외'와 관련된 것이라 그런지 추천 클럽이 다들 영어가 죄다 나타났다. 그래서 들어가 봤더니, 영어로 쏼라쏼라하길래 또 피로감이 오기 시작했다. 왠지 토익 리스닝 같고, 머리가 지끈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쓸데없이 방을 기웃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한국어와 관련된 방에 들어가 봐도 크게 생산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요즘 '인싸'들은 이렇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요즘 트렌드 못 따라가는 나를 보며 조금은 반성하긴 했지만, 정신적인 안정이 필요한 나에게 피곤함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클럽하우스'의 매력에 빠져서 잘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나는 활용하는 법을 잘 숙지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에 합리화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가지 피로감은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게 앱을 지웠다. 사실 탈퇴는 하지 않았다. 탈퇴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솔직히 '그래도 초대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이유도 조금 있었고, 스타트업 관련 유명인들도 많이 활동하고 있어 올해 내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에서 이 플랫폼을 충분히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렉티브 팟캐스트를 이용한다는 느낌이라, 컨퍼런스에서 활용하면 유용한 마케팅 툴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인싸'가 되고 싶지도 않고, '피곤'하고 싶지 않았다. 어짜피 컨퍼런스는 하반기에 몰려있으니깐.

매거진의 이전글 딱 이틀까지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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