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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ist Feb 27. 2021

새로운 업무가 '똥'이 아니기를...

기존 직원이 하지 않는다면 그 업무는 된장이 아니라 똥일 확률이 높다.

사회 초년생 일 때는 어떤 업무를 줘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의 자세로 일관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를 먼저 살펴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다는 가정 하면, 매력이 있는 업무라면 기존의 팀원들이 할 것이 뻔하고 똥이라면 새로운 직원이 오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랬다.


사실 민간기업 출신인 내가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면서 조금 의아했던 점은 연봉과 업무량이 반비례한다는 것이고, 그 책임감 역시도 반비례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젊은 직원들이 더 리스크 큰 업무를 담당하고, 많은 업무를 담당하는 부조리함을 느꼈다. 내가 경험했던 민간기업에서는 직급이 높을수록 더 리스크가 있고, 프로젝트 규모가 큰 부분을 담당했던 것은 확실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처음에는 내 역량에 비해 '큰'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에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자부심도 생기는 모습을 발견했다. 하지만 딱 그까지였다. 민간기업에서 '큰 바퀴의 작은 부품' 정도의 업무를 하다가, 나름 큰 규모의 사업을 굴리다 보니 취해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뿐이었고, 경험과 연륜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나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공부와 열정으로 따라가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절때 경험과 연륜을 단기간에 따라가긴 힘들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돈이나 많이 주던가'로 결론을 내며, 유튜브를 보며 웃고 있는 나이 지긋한 동료를 얄미워하며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무튼 그렇게 새로운 부서에 발령을 나자마자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다. 기존의 부서에서의 업무보다 양이 적었기에 혹시나 '배려'이지 않을까에 잠시 기대하다가도, 조금만 더 살펴보면 '똥'이라는 첫 느낌은 사실로 밝혀지기 마련이다. 인수인계를 받아 버리면 일단 '똥 피하기'는 실패이고, '똥을 덜 맞기'위해서 발버둥이 시작된다. 그러다 보면 업무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공공 프로젝트의 아웃풋으로 보았을 때 '리스크가 있는' 사업은 당연히 성공적인 아웃풋보다는 보수적인 아웃풋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서로 다치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행정절차가 생기고, 불필요한 언쟁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일에 대한 성취가 줄어들고,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예전 같았으면 큰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어느 순간에 침착해진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일과 내 꿈을 분리하려는 시도일지 모르겠다. 어떤 업무이든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리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적당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직책을 맡고 있으니깐. 하지만 좀 걱정되는 건 있다. 나같이 성취욕이 강한 사람들은 이런 과정에서 금방 지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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