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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ist Mar 18. 2021

피하는 게 더 편해진 회사에서의 '노이즈 캔슬링' 일상

제발 메신저가 오지 말라고 기도하는 나를 발견한다.

요즘 회사생활의 주요 일과는 '아무 말 안 하기' 정도가 될 것 같다. 분원에서 근무하다 본원에 오랜만에 가면 내가 온 날과 안온 날의 시끄러움이 다르다고 할 정도였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나는 뭔가 떠드는 것도 에너지 낭비같이 느껴지고, 일은 못해도 인사 하나는 잘한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인사하는 일도 뭔가 피곤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생각해보니 이 성격이 원래의 내 성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침묵'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이런 생활은    정도가 지났고, 일과 관련된 이야기 외에는 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들은 거의 공유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친하게 내도 에너지 낭비라고 느껴지지 않는 2 정도의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이외의 사람들과는 시간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 '인싸'같이 시끄러웠던  모습이 아닌 '아싸'같음이 조금 서글플  같았는데, 오히려 편함을 느끼고 있다.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방법을 찾은 걸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나이가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사실 힘든 시간이 있다. 통근버스를 타고 사무실까지 가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회사 사람들이 몰려있는 시간인데, 이 시간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신청해서 7시에 출근하고 4시에 퇴근하며 사람들과 함께 있을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또한, 점심시간 나는 회식을 제외하고는 식사하지 않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발명품은 에어팟이라고 생각하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놓고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 혼자 딴 세상에 와있는 것 같고, 세상의 소리와 차단됨을 느껴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사무실 자리만 뜨면 에어팟을 끼고 노래에 집중해서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한 번씩 심심한 시간이 찾아오긴 한다. 하지만, 한 번 티타임을 갔다가 오히려 더 피곤함을 느끼는 내 몸을 보며, 에너지를 뺏는 사람들은 차라리 피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진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티타임을 제안하면 일단 바쁘다고 하고, 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함께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다 보니 남을 욕하지 않아도 되고, 주위 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서 더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애써 연기하지 않아도 되니 에너지 낭비도 덜하다.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니,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을 수군거리는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게이치 않고 있다. 어차피 들리지도 않고, 내가 힘든데 남을 어떻게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이렇게 만든 건 본인들의 이기심인데, 나도 이제는 나 자신을 챙기는 것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기도한다.


"제발 나에게 메신저가 오지 않기를... 최대한 에너지를 세이브해서 퇴근 후 내 연구에 쏟을 수 있기를... 어서 졸업 하기를..."


그리고 퇴근을 하며 모바일 메신저를 지우고, 핸드폰 '방해금지' 모드를 설정하고, 에어팟의 양쪽 이어폰을 꾹 눌러 '노이즈 캔슬링'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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