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의 괴리
어제부터 네이버 임직원의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도 가해자가 되었을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관련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쉬쉬하고 있었을 관리자들을 보며 속에 화가 난다. 억울하게 사람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이걸 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역시 사회는 믿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나에게도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올해부터 시작된 새로운 일에 대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도 없고, 리더 역시도 내가 속한 조직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었다. 구성원들도 서로를 도와가며 일하고,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터놓을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솔직히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키는 일 이상의 것들도 하지 않고, 어느 정도는 놓은 상태로 진행해서 재미는 없었다. 그래도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는 적었던 곳이고, 업무도 바쁘지 않았기에 크게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이 상황에 적응을 하고 나니, 일로 내 이상을 채우려는 몹쓸 습관이 불쑥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기존에 이직할 때도 그래 왔듯이 환경이 안정되다 보니 또다시 하고 싶은 업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람에 당했던 것을 철저하게 잊고, 항상 좋은 사람들과 일을 했던 것만 같은 착각과 함께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다시 생겼다. 그리고 핑계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꿈이 있어 그 꿈을 쫓아가는 입장이라 내 커리어 단절은 생각보다 무서웠고, 그래도 '해외'와 관련된 일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현재 상황이 불안했다. 그리고, 내가 새로운 부서에 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과 이 상황을 만든 관리자들에 대한 분노 역시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번에도 가만히 적응하고 있으면 그들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역겨운 상황과 똑같은 결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릴 것만 같아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의 영향이 있었을까? 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인지했던 관리자는 퉁명스럽게 나에게 전화 와서 불쾌한 말을 쏟아내는 것이 소름 끼치도록 싫지만, 어차피 가까이하면 할수록 내가 상처 받을 것을 알기 때문에 내 미래를 위해 이너 피스를 외쳤다. 무튼 결국은 다시 '해외'라는 연결고리를 다음 주부터 다시 연결한다. 이상한 업무를 던져주겠지만, 적절하게 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회사에 대한 호의는 사치이며, 동료에 대해서 기대하지 않고, 내 업무만 신경 쓰며 졸업에 신경을 쓰는 편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