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도 손도 멈춘 것만 같았다.
6월 두 개의 논문이 게재된 이후 논문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3월부터 6월까지 쉼 없이 달렸던 것 같은데, 쭉 치고 나갈 줄 알았던 내 일정에도 부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예상보다 순순히 잘 진행되었던 첫 번째 연구와 달리, 두 번째 연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의욕이 과해 너무 복잡하게 설계해서 그런지 나의 의도와 다르게 현지 전문가들의 답변에 어려움이 많았다. 내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과, 직접 바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답답하고 또 불안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원망했다.
논문이라는 게 사실 데이터만 있으면 며칠 동안 "빡!" 쓰면 써지긴 하는데, 그렇게 '아무 고민 없이' 앉아있는 것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논문이 제일 잘 써질 때는 연휴기간이고, '본가에서 탈출' 그리고 '회사와의 단절'이라는 두 가지 요소 덕분에 효율이 엄청나게 오른다. 근데, 이상하게도 요즘 '아무 고민 없이' 지내고 있고, '별다른 방해거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효율이 나오지 않는 건 분명 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에 내 인생의 마지막 시험이 되길 바라는 시험이 있었고, 시험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논문 작업은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한 달이 넘게 끌고 왔다. 결정적으로 컨디션 난조와 번아웃, 그리고 회사의 개인적인 스트레스들이 생기면서 걷잡을 수 없이 미루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쳤지만, 그래도 더 이상 정신을 잡지 않으면, 아예 놓아 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어떻게든 다시 자리에 앉아있기를 노력하기로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내 데이터들을 다시 보고, 논문 목차를 잡으며 오랜만에 구글 캘린더를 켰다. 그리고 딱 10일 동안 집중을 해보기로 했다. 목표로 삼는 학회지를 선택했고 어찌 됐든 마무리를 하여, 해당 내용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그렇지 않으면 더 답답해질 것 같아서...
이 논문이 더 늦어지면 내 진로도 늦어질 것만 같아서...
이렇게라도 내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냥 멈춰버릴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