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 더 빨리 마무리했다면...
우선 논문을 정리하기 전에 마음을 정리했다. 휴가도 못 가는데 호캉스라도 가자며 호텔을 예약했고, 아는 동생의 공연도 다녀왔다. 2박 3일 동안 나에게 리프레시 기간을 주었는데 기분이 새삼 좋아지고 생각이 맑아졌다. 그렇게 카페, 호텔에서 논문 정리를 시작했다. 참 신기하게도 집에서 그렇게 앉아있기 힘든 책상이, 호텔에서는 너무 좋다. 냄새도 좋고, 뷰도 좋고, 안 치우고 나가도 된다는 것도 맘에 든다.
한 달간의 방황의 이유는 간단했던 것 같다. 내가 받은 데이터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과 뭔가가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정리하니 이틀이면 끝나는 정도였다. 책상에 앉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것이지 막상 또 앉아보니 또 되는 것이 논문이었다. 우선 데이터를 정리하고, 시사점을 찾아내고, 어찌 됐든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서 학회지 투고 논문 하나가 완성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원래 계획했던 곳은 기한이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고, 다른 학회들도 많이 늦었지만 이번 달 게재 심사가 가능한 후보지 한 곳 있어서 우선 제출을 완료했다. 일단 끝.
사람은 참 간사하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하나의 것이 끝이 나니,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솟구쳤다. '이번 달에 프로포절을 해버릴까?' 항상 자만과 욕심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나인데, 다행인지 다행히 아닌지 모르겠지만, 교수님의 일정이 국외라서 다행히 원래 계획 일정으로 가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한 달 동안 방황하지 않았으면 이미 끝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 그래도 한 달 만에 다시 마음을 돌려놓은 나 자신에 대해서 감사하기로 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니깐.
그렇게 다시 열심히 책상에 앉기 시작했다. 쉬는 날에도 아침에 간단하게 운동을 하고, 일단 책상에 앉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일단 침대 방은 에어컨 바람이 들어가지도 못하게 문을 닫아 놓았다. 집 근처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우선은 달려본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