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스만 남은 한국 짐, 그리고 3개 위탁화수화물과 2개 기내 수화물
한국 회사에서의 신변 정리가 다소 길어졌던 것만 빼면, 컨설턴트 계약서 회신 이후의 모든 프로세스는 빠르고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가장 걱정했던 한국 집의 세입자도 빠르게 구해졌고, 아비장에서 머물 임시 숙소도 미리 정해두었으며, 1년이 막 지난 내 새 차의 새 주인도 금세 나타났다. 보험에 가입하며 출국 날짜를 한 달 정도 앞서 확정했지만, 정작 그 시간은 ‘준비’보다는 한국에서의 신변 정리에 더 정신이 없었던 시기였다.
1. 1년 계약직 컨설턴트에게 평생 떠날 것처럼 인사하는 사람들
사실 코로나 이후로는 저녁 술 약속이 거의 없었다. 퇴근 후에는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그냥 쉬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한 달은 거의 매일 밤 환송회를 했던 것 같다. 1년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평생 떠나는 사람처럼 많은 환송과 축하를 받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의 도전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축하든 아니든, 그것은 그 사람들의 마음이지 나의 마음은 아니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떠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2. 가장 큰 숙제였던 부모님께 상황 전달
아무래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부모님께 이 사실을 전하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처음 전했을 때, “결혼할 사람이나 데려오라 했더니 왜 떠나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거의 마흔을 앞둔 나이에 여전히 이런 걱정을 듣는 것도 조금은 서글펐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내가 걱정된다는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해되었다. 부모님은 내가 아프리카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계셨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또 다른 문제로 다가온 것 같았다. 그래도 미리 충분히 상황을 공유해 왔던 덕분인지, 생각했던 것보다는 큰 숙제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3.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한국 생활 정리
이 한 달 동안 가장 크게 느낀 건,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서의 정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집, 차,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같은 것들. 7년간 살아온 집은 세입자를 구했다고 해도, 내 짐들을 정리하고 처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버리고, 또 버리고, 계속 버렸다. 정말 많이 버렸지만, 마지막 출국 날까지도 짐을 버리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건, “버리는 것도 능력이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물건만 남기자.”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4. 비행기 티켓팅, 그리고 임시 숙소 확정
비행기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항공편이 있었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스카이팀 엘리트 회원이기 때문에 에어프랑스를 이용해 총 3개의 짐을 위탁할 수 있었고, 경유 시간도 짧아 만족스러웠다. 은행 측에서 항공권을 직접 예매할지, 혹은 내가 예매 후 비용을 청구할지 논의가 있었고, 최종적으로 내가 직접 예매하고 청구하는 방식으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임시 숙소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함께 일하게 될 직원분이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곳에 단기로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물론 한국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에 낮은 퀄리티였지만, 최소한 한두 달은 집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싶다는 마음에 결정하게 되었다. 이사를 다시 할지, 아니면 계속 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다.
5. 여유 있는 시간, 그러지 못한 준비 과정
한 달 정도 남은 연차들을 활용하며 물리적 시간 여유는 있었기에, 크게 바쁘거나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만큼, 오히려 짐을 버리는 데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막상 여기에 도착해 보니 내가 준비 과정에서 놓친 것들이 많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한편으론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들도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존에 아비장에서 생활했던 분들이 “꼭 챙겨야 한다”라고 했던 물건들은 의외로 이곳에도 있었고,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던 물건들은 정말 없었다. 결국, 모두의 경험은 다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던 시간이었다. 다만, 은행 업무를 제대로 보지 않고, 알아보지 않고 여기로 온 부분은 분명히 후회로 남긴 한다.
6. 출국 3시간 전, 드디어 준비 완료
겨울 옷을 비롯해 한국에서 보관해야 할 짐들은 박스 하나로 정리되었다. 다만, 실제로 들고 갈 짐의 정리는 출국 3시간 전쯤에야 완료되었다. 위탁 수하물로 부칠 23kg를 약간 초과한 가방 3개, 그리고 기내로 들고 갈 12kg이 넘는 가방 2개. 그게 전부였다.
더 이상 정리와 준비를 할 수 없을 만큼 정리하고 준비했고, 그렇게 나는 떠났다. 내가 KOICA나 다른 한국의 기관을 통해서 왔으면 보다 더 편하게 왔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이 길은 처음부터 하나하나 스스로 알아봐야 했기에 쉽지만은 않았다. 아직은 모든 게 낯설지만, 내가 직접 선택한 시작이기에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적응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