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6년 만에 다시 찾은 아비장
0단계 - 비자 미발급
코트디부아르는 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하지만 본인은 비자를 준비하지 않았다. 이유는 아프리카개발은행 측에서 도착 비자를 만들 필요가 없고, 은행 측 공식 레터를 출력해서 보여주면 비자를 발급해 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큰 의심의 여지는 없었지만 뭔가 찜찜해서 출발하기 3일 전, 한국에 있는 코트디부아르 대사관에 연락해 문의해 보았다. 그러나 대사관 측에서는 한국인은 비자 없이 코트디부아르에 입국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e-비자를 받으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어차피 출국 전까지 e-비자 발급은 힘들 것 같았고, 결국 나와 함께 일하는 상사를 믿어보기로 했다.
1단계 - 항공사 체크인
코트디부아르까지만 도착하면 어떻게든 해결될 문제 같았는데, 예상했던 난관 중 하나는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비자가 없다고 발권을 안 해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2016년 호주 여행을 다녀왔을 때도 비자를 만들지 않아 공항에서 급하게 신청해 출국한 경험이 있었고, 당시 항공사의 체크인 조건이 비자 발급이었다. 그러나 ‘걱정한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에어프랑스 카운터에서는 내 레터를 보고 너무나 쉽게 체크인을 해주었다. 위탁 짐 중 하나가 24kg를 넘어 옷 하나를 빼 23kg대로 맞춘 것 말고는, 핸드캐리에 대한 이야기나 다른 이슈는 없었다. 핸드캐리 2개가 너무 무거워 조금 힘들긴 했지만, 최근 못했던 웨이트를 한다 생각하며 상황을 즐겼다.
2단계 - 출국 수속, 그리고 파리행 탑승
항상 그렇듯 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약간의 긴장이 된다. 역시나 이후부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월요일 아침 비행기라 승객이 너무 많아 수속까지 1시간 이상 걸린 것, 그리고 내 위탁 짐에 문제가 있었는지 수하물 검사장에서 다시 검사를 받아야 했던 점 정도였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에 가면 더 큰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크게 동요되진 않았다. 라운지에서 마지막 여유를 즐기고, 경유지인 파리행 비행기에 무사히 탑승해 못 잤던 잠을 비행기에서 푹 잘 잤다.
3단계 - 파리 경유, 그리고 아비장행 탑승
에어프랑스가 지연이 잦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지연 없이 잘 도착해 2시간 남짓 경유 시간을 확보했다. 무거운 핸드캐리를 들고 다니는 게 힘들긴 했지만, 노트북 2대와 패드 같은 사무용품들이라 반드시 들고 가야 했다. 아비장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터미널을 이동하면서 짐 검사를 받을 때 모든 짐을 꺼내 검사를 받느라 30분 정도 지체된 것 말고는 큰 문제는 없었다. 사실 이 짐들을 제시간에 들고 가기만 한다면 검사가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비장행 탑승 터미널에는 PP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가 없어 배고픈 시간을 보냈고, 바로 아비장행 비행기에 탑승해 또 계속 잤다.
4단계 - 입국 수속, 아비장 도착
아무래도 짐을 들고 다니며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그런지 비행기에서는 계속 잠만 잤고, 아비장에 도착해서야 내가 비자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인지하게 되었다. 사실 아비장까지만 도착하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은행에서 알려준 대로 e-비자 오피스에서 내 레터를 보여주니 여권을 맡기고 기다리라고 했고, 잠시 후 비자를 발급받은 여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패스트트랙으로 빠르게 수속을 마쳤다. 하지만, 누구보다 빨리 수속을 마쳤지만 내 짐은 가장 늦게 나와 결국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아비장 공항에서는 짐 검사 대상이 되면 가방당 10달러를 내야 한다는데, 모든 공항 짐 검사에 걸렸던 내 짐들은 다행히 아비장에서는 무사 통과했다.
5단계 - 아비장 집으로
공항 입국장에는 내가 살 스튜디오 관리인이 피켓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짐을 챙겨 약 30분가량 떨어진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다 되어 있었고, 집들을 관리인과 같이 옮긴 후 잠부터 청했다. 사실 아비장에 도착했다는 실감보다는 피곤함이 몰려와 스튜디오를 꼼꼼히 둘러보기보다 바로 잠을 청했다.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그렇게 결국, 결코 가깝지 않은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