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출근 전 일주일 간의 초기 랜딩 시간
6년 만에 아비장에 다시 왔지만 모든 것은 새로웠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제 수도인 아비장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19년 한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기 위해서였고, 당시에는 아비장 남쪽 지역만 있었다. 이번에 내가 살 곳은 중심부 위쪽에 위치한 Deux Plateaux라는 지역이다. 사실 이 지역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은행에서 같이 일하게 될 동료가 스튜디오가 있다고 소개해주었고, 며칠 고민하다가 우선 한 달 거주하기로 결정했다. 설마 같이 일할 동료가 이상한 집을 소개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 최소 1년은 살아야 할 아비장이었기에 서두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201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처음 갔을 때 집을 구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좀 더 천천히 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살 스튜디오는 키친, 화장실, 세탁기, 붙박이장, 침대, 에어컨, 냉장고, 오븐, 가스레인지 등 있을 것은 다 갖춘, 한국의 풀옵션 1.5룸 정도 되는 공간이었다. 한국에서 20평대 아파트에 살다가 와서 좁게 느껴지긴 했지만, 혼자 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발코니를 열면 보이는 막힌 건물 뷰와 좁은 면적은 조금 아쉬웠다. 사실 코트디부아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월세가 저렴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1.5룸은 월 15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공과금(인터넷, 수도, 전기 등)과 주 3회 청소가 포함되어 있어도 한국에 비해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물론 더 저렴하면서도 좋은 조건의 집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적응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만약 여행으로 이곳에 왔다면 시차 적응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돌아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비장에 1년 이상 거주할 계획이었기에, 첫 일주일 동안은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뭔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했다. 실제로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한 일은 침대에 누워 한국에서 미뤄둔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었고, 어렵게 가져온 1년 치 짐들을 천천히 정리했다. 또 동네 근처 마트나 카페가 있는 번화가를 걸어 다니며 둘러보고, 현지 유심을 구매하고, 출근할 회사를 택시 타고 미리 가보는 정도였다. 참고로 내가 거주하게 된 Deux Plateaux 지역은 외국인과 현지 중상층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건물은 조금 예외인 것 같지만, 동네 분위기는 조용하고 서양인이나 동양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비장 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며칠 지나니 평소에도 살던 동네 같은 느낌이 생기며 편안해졌다. 아비장 내에서 안전한 지역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결국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초기 랜딩을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 적응이 되자 마트도 편하게 들리고, 집 근처 헬스장도 알아보고, 주변에서 러닝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