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_아무도 맞이하는 사람 없이 혼자 사무실에 덩그러니

아비장에서 소중한 기회와 시간들의 첫날.

by 아비장전

답사

아프리카개발은행은 ‘아비장의 여의도’라 불리는 아비장의 금융 중심지 Plateau에 자리하고 있다. 본격적인 출근 전에 주말을 이용해 답사를 다녀오기로 했다. 집에서는 Yango라는 현지 택시 앱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직접 두 발로 길을 익혀보고 싶어 Deux Plateaux에서 은행까지 약 6~7km를 뛰어가 보았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6년 만에 내 두 발로 다시 CCIA 빌딩에 도착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흥미롭게도, 활기로 가득한 동네를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의 Plateau는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잠시 사무실 건물을 살펴보고, 근처 프랑스 문화원도 들른 뒤 다시 집으로 향했다.


첫 출근

드디어 기다리던 첫 출근 날. 생각보다 본인의 기분은 담담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양복을 입고, 한국 동료가 선물해 준 넥타이까지 매고 Yango 택시를 타고 은행으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9월 1일은 아프리카개발은행 신임 총재 Dr. Sidi Ouid Tah의 첫 출근일이기도 했다.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던 동료가 취임식에 참석하느라 나오지 못해, 결국 혼자 사무실을 찾아가야 했다. 휴가 중이던 담당자가 급히 연락을 주어 사무실 위치를 알려주었고, 나는 임시 출입증을 받아 이동했다. 도착한 사무실은 문이 닫혀 있었지만, 맞은편 사무실에 들러 인사를 나누며 팀원 분들이 올 때까지 머물렀다. 예상과 달랐지만 덕분에 같은 층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얼굴을 트고, 첫날부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생존 본능

사무실에 들어서자 휴가 중인 담당자가 참고할 만한 파일을 보내주었으나,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건물 안을 헤매며 IT 부서를 찾아가 와이파이 계정을 발급받았다. 어떻게든 해결하긴 하였지만, 불어를 전혀 못해 시간이 더 오래 걸린 점은 아쉬웠고, 불어의 중요성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또 점심시간이 되니 배가 고파져 카페테리아를 찾아 나섰고, 다행히 로비 층에 카페테리아가 있어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었다. 본인이 근무할 사무실은 건물 꼭대기 층에 있어 아비장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며 자료를 살펴보다가, 혼자만의 공간에서 셀카도 찍으며 다시없을 여유를 즐겼다.


첫 만남

오후가 되자 취임식을 마친 동료들이 하나둘 사무실로 돌아왔다. 팀의 디렉터를 비롯해 함께 일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오전에 마중 나오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다. 같은 층의 직원들도 연이어 찾아와 인사를 건네 정신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간단한 인사에서 느껴지는 것은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몸에 베여있는 타인에 대한 예의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국적의 다양성이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뿐 아니라 미국, 벨기에, 프랑스, 일본 등 다양한 출신의 동료들이 있었고, 이들과 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인사

첫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눈이 마주치지 않아도 웃으며 인사하는 문화였다. “Hello” 대신 “Bonjour”나 “Bonsoir”로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스몰톡까지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특별한 친분이 없으면 말을 잘 건네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인사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새로운 동료가 왔다고 하면 모두가 찾아와 반갑게 인사하는 분위기도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개인주의적이라고 여겼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온라인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 생각한다.


업무는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아 나서며 함께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첫날부터 야근을 하게 되었지만, 전혀 불만은 없었다. 애초에 여행이 아닌 일을 하러 온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고, 워라밸만 따졌다면 한국에 머물고 여기에 오진 않았을 것이다. 매 순간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기 위해 이 먼 길을 선택했으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함을 다짐한다. 사실 은행은 주 2~3회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이지만, 본인이 적응하기까지는 매일 출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다짐도 한다.


다른 날 보다도 첫날의 기록은 한 번 해두고 싶었다. 초심이 끝가지 지속되길 희망한다.


(좌) 사무실 답사 러닝 (중) 전망 좋은 사무실 (우) 입사동기 총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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