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뚝딱거리는 시간들이 길어지지 않기를.
야심 차게 출근한 지 일주일. 어느덧 40세가 다 되어 신입사원이 되었다. 영어로 된 말귀도 잘 못 알아듣고, 괜스레 눈치도 많이 보게 된다. 아직은 '적응 기간'이라 스스로 위로하지만, 이 시간이 너무 길어져선 안 된다는 걸 점점 더 실감하는 요즘이다.
적응하는 시간
한국어로도 업무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데, 영어로 듣고 말하며 익히려니 훨씬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생활은 프랑스어로 해야 하니,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언어에 대해서는 한계를 많이 느끼는 것 같고, 이 부분을 잘 준비하지 못하고 온 자신에 대해서 후회가 많이 남는다. 처음엔 동료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생긴다. 그래서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프랑스어 공부도 새로 시작했다. 뭐가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마음이다.
마음을 잡는 시간
출근한 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생활의 루틴이 생겼다. 매일 아침 5시 40분쯤 기상해 집 앞 3km를 뛰고, 씻은 뒤 바로 택시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집과 회사는 약 6~7km 거리로, 교통이 원활하면 15분, 조금 늦으면 25분쯤 걸린다. 8시 이전 출근을 목표로 하다 보니, 7시 15분 전에는 꼭 출발하려고 한다. 출퇴근은 Yango라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데, 시간대에 따라 요금 변동이 있어 여간 신경이 쓰인다. 길에서 택시를 잡으려니 프랑스어가 서툴러 쉽지 않지만, 요금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땐 Yango를 이용하고, 그 이상이면 직접 택시를 잡아서 이동하는 것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작은 시행착오들이 있었지만, 아침 택시를 잡는 것 부터 도전의 시작이다.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
코트디부아르가 한국처럼 신속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는 하루 만에 일어나는 일인데, 여기서는 사원증 받는 데 3일, 회사 이메일 계정 생성과 PC 세팅엔 1주일이 걸렸다. IT팀에 한 번 가면 1~2시간씩 기다리고 불친절에 익숙해야 했고,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중간중간 화가 올라오기도 했지만, 기다리면 결국 해결된다는 걸 배우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Task Manager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만나지 못하였다. 업무 내용을 직접 논의하고 처리하고 싶은 생각이 큰데 조금 아쉽기도 하다.
감격스러운 시간
출근 첫 주 금요일, 새로운 총재 취임을 기념해 호텔 대강당에서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500명이 넘는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그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고, 결국 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시간이었다. 물론 불어와 영어가 함께 이야기되는 미팅 내용을 대부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이 순간을 함께하는 것에 뿌듯했다. 처음으로 총재님을 멀리서 보았고, 링크드인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서 더 신기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과 다른 시간
한국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많다. 출근 시 인사와 스몰톡이 자연스럽고, 점심은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먹거나 1층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운 편이다. 본인이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에 맞춰 일하는 분위기라 자율적이지만, 자칫 나태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으며 보낸 일주일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신입사원들에게 더 잘해줄 걸 하는 작은 후회가 남는다.
새로운 환경, 낯선 언어, 느린 시스템,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고되고 어설프지만, 나 자신을 다시 정비하고, 다잡아 가는 과정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