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하는 7가지로 아프리카에서 존재감 드러내기
한국에서의 시간보다 두 배는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업무 시간도 훨씬 더 빨리 흐르는 것 같고, 하루는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늦게 마무리하는데도 말이다. 뭔가에 깊게 빠져 고민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고, 최근의 나는 주눅이 들기보다는 내 장점을 감추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의도적이거나 전략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그냥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인사하기
내가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인사’다. 한국의 전전 회사에서 인사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을 많이 받았고, 그게 단지 형식이 아니라 정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라는 걸 체감한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높은 직급의 직원들보다 사람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분들에게 더 마음을 쓴다. 한국에서도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자주 인사하며 지냈고,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소식도 구내식당 아주머니들에게 따로 전하며 아쉬움을 나누기도 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출근이 빠르고 퇴근이 늦은 편이라 자주 마주치는 가드분들이나 청소하시는 분들께 더 정성껏 인사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도 유독 인사를 잘 건네주시는 것 같다. 그렇게 회사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서로 웃으며 나누는 시간이 요즘은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들이대기 (오프라인)
나는 낯을 별로 안 가리는 편이다. 사무실에서 처음엔 살짝 주눅이 들긴 했지만, 곧 ‘그러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인사를 못 나눠본 사람들에게도 먼저 다가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며 나를 소개했고, 조금 더 마주친 사람들에게는 한국에서 가져온 마법의 마스크팩을 선물하기도 했다. 1층 카페테리아로 내려가 혼자 식사하는 직원에게 동석을 요청하기도 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들이대기’가 시작됐다고 하긴 어렵지만, 이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느낌이다. 한 달이 되었으니, 슬슬 회사 동호회에도 가입해 사람들과 더 알아가보려 한다.
들이대기 (온라인)
현지에 있는 만큼 코트디부아르 사람들과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싶다. 물론 같은 기구에서 일하는 동료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곳의 ‘진짜 생활’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집 근처에 아는 분들이 하나둘 생기긴 했지만, 한국의 러닝 크루 친구들처럼 취미를 함께할 현지 친구도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러닝을 꾸준히 하는 현지 친구를 알게 됐고, ‘들이댔다’. 처음 함께 뛰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토요일에 아비장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오랜만에 로드 러닝을 신나게 했다. 성향도 잘 맞고 대화도 잘 통해 다음 주에도 함께 뛰기로 했다. 알고 보니 이 친구의 어머님도 얼마 전 개발은행에서 퇴직하셨다고 했다. 왠지 오래갈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댄스
최근 회식이 있었다. 불어권 직원이 많다 보니 회식에서도 대부분 불어를 사용했고, 불어를 못하는 직원은 나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다. 초반엔 조금 겉도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음악이 흐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춤이 시작되자마자 혼자 리듬을 타며 몸을 움직였다. 나가서 추라고 하면 빼지 않고 더 열심히 춤을 췄다. 덕분에 다 같이 춤을 추게 되었고, 팀장님과 상사분들도 함께 어울리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작년 면접 때 “프랑스어 할 줄 아냐?”는 질문에 “아프리카 춤은 출 줄 안다”고 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직원들과 함께 웃으며 더 편하게 어울릴 수 있었고, 나의 테스크 매니저는 “너 한국 안 돌아갈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그 말이, 어쩌면 나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하게 보고하기
오랜만에 테스크 매니저가 출근하면서 기존 업무 관련 내용을 정리해 공유해야 했다.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포스트잇과 집게를 활용해 안건별로 정리해 설명했다. 메일을 다 읽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관련 메일을 출력해 묶어서 준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자주 하던 보고 방식이었고, 그렇게 큰 반응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테스크 매니저가 포스트잇과 집게를 보며 너무 좋아하고 사진까지 찍었다. 덕분에 작지만 신뢰가 생긴 순간이었다. 한국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보고 문화가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졌다. 물론 며칠 지나고 나니 “이 예쁜 것들이 계속 쌓인다”며 투정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웃으면서 할 말하기
나는 웃으면서도 뼈 있게(?) 말하는 걸 잘하는 편이다. 영어로 말해야 하다 보니 한국에서보다 두세 번 더 생각해서 말하지만, 상황이 너무 과하다 싶으면 상사든 동료든 말한다.예를 들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체크리스트를 50개나 적어놓은 직원에게 “근데 이건 언제 삭제돼?”라고 묻는다든지, 테스크 매니저가 오자 유독 자잘한 일을 더 많이 적는 것 같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 친구는 “너무 예리하다”고 말했고, 나도 살짝 뜨끔했지만 속은 시원했다. 지금은 웃으며 ‘T 성향’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인
신기하게도 우리 팀은 일본보다도 한국에 더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같은 팀에 일본 동료가 있음에도 한국에 더 관심을 보일 때가 많다. 한국인이 한 명뿐이라 그런지 내가 전하는 한국 관련 이야기는 더 신뢰해서 듣는 느낌이다. 한국 펀드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11월에 한국 출장을 갈 가능성이 생겼다. 은행 내 한국 직원이 적다 보니 이런 기회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도 의전 업무는 마음먹으면 잘하는 편이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관점이고,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하지만 그 부분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면 내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며 여기서 잘 지내고 싶다. 내가 이해해야 하는 ‘아프리카 문화’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이해해줬으면 하는 ‘한국 문화’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중간지점이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답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반격을 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