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_현재의 상황에 감사함 느끼기

본인이 간과했던 아비장 생활의 좋은 것들이 많다.

by 아비장전

아무래도 예상했던 상황들과는 다른 일들을 마주치면서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이번 주 역시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 한 주였다. 지금의 내 상황을 돌이켜보니, 이곳에 오기까지의 각오와 준비에 비해 너무 감정적으로 흔들렸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오히려 ‘감사한 점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한국

해외에 나와보면, 정말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 요즘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한국이 역사상 가장 경쟁력 있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이 시기에 태어나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소속된 기관의 펀드 역시 한국 정부의 기여를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은행 내 Bilateral Fund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그래서인지 은행에서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고, ‘한국인’이라고 하면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런 점들을 잘 느끼지 못했지만, 멀리 떨어져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더 큰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AI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의 내가 아비장에 있기까지 AI의 도움이 정말 컸다. 그래서인지 실제 생활에서는 내 약점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업무에서는 AI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누구보다 ‘저질 영어’를 쓰는 나에게 AI는 없던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존재다. 이메일 작성부터 회의록 정리까지, 하루 대부분의 일을 AI와 함께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 중 가장 많이 대화하는 대상도 AI다.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영어로”, “한국어로”일 정도다. 이 자리까지 오게 해 준 AI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도 영어가 잘 들리지 않고, 말이 막히며, 오히려 실력이 퇴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비장

나는 지금 ‘아비장’이라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 하면 초원이나 사막을 떠올리지만, 아비장은 도시 중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를 다녀본 건 아니지만, 본인이 다녀 본 아프리카 국가 중 치안과 생활환경은 대륙 내에서도 손꼽히게 좋다고 자부한다. 마트, 식당, 교통 등 생활 인프라도 훌륭하다. 2019년에 처음 아비장에 왔을 때, '여기 너무 열악하지 않아요?'라는 질문에 본인이 당시 거주했던 한국의 진천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을 정도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현지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회사와 건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감사의 일이다.


동료

직장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건 결국 ‘사람’인 것 같다. 내가 누군가에게 어려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가 나에게 어려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지금도 쉽지 않은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본인보다 훨씬 화려한 이력을 가진 동료들이 대부분이고, 업무에 대한 열정도 한국 못지않다. 물론 디지털화가 덜 되어 있어 체계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큰 조직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건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간절히 원했던 이곳에서, 이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건강

아비장에 오기 전 가장 걱정했던 건 운동할 곳이 없으면 어쩌나였다. 특히 러닝을 꾸준히 하고 싶은데, 집 근처에 달릴 만한 곳이 없을까 봐 걱정이었다. 다행히 내가 사는 동네에는 아침과 저녁 시간대에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고, 보안도 철저한 구역이 있다. 출근 전 3km 정도를 뛰고 있고, 덕분에 동네 친구도 생겼다. 주말에는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은행 계약 헬스장에 가서 무료로 운동도 한다. 회사 출근이 이르고 퇴근이 늦어 운동할 시간이 한국만큼 많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무엇보다 운동이 멘탈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 되어주고 있다.


음식

사실 나는 대부분의 음식을 잘 먹는 편이라 큰 걱정은 없었다. 다만 물가가 많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 부분이 조금 신경 쓰였다. 그럼에도 막상 현지에 와보니, 한국보다 좋은 점도 많다. 우선 빵이 정말 맛있고, 게다가 저렴하다. 특히 바게트는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깊은 풍미가 있어서 자주 먹게 된다. 제철 과일도 풍부하다. 요즘 가장 자주 먹는 과일은 파파야, 파인애플, 그리고 방울토마토 정도인데, 모두 현지산이라 가격도 부담되지 않는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다이어트할 때보다 더 건강하고 가성비 좋게 먹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과자가 너무 비싸서 자연스럽게 손이 잘 가지 않는 점도 은근히 감사하다.


더 생각해 보면 감사한 일들이 훨씬 많을 것 같다. 너무나 잘 지내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그동안 감정적인 순간들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반성도 함께 한다. 그리고, 이 정도의 난관도 각오하지 않았으면 여기에 온 것 자체도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들며, 더 단단해지길 노력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


(좌) 음식 (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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