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보다 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시간이 정말 빠르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업무와 관련해서는 부담이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한 해가 훌쩍 지나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되었을 때의 성장한 내 모습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덧 코트디부아르에 온 지도 두 달이 되어간다. 처음의 ‘환상’과는 많이 다른 ‘현실’이지만, 그 속에서도 직접 부딪히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답답하며, 또 때로는 외롭기도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전혀 예상 밖은 아니었기에 다행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21일 아침이 되면 월급이 자연스럽게 통장에 들어왔던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당연함’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지금 내가 개발은행에서 맡고 있는 직책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컨설턴트다. 한국의 계약직 체계와는 조금 다른데, 한국의 ‘용역 계약’처럼 은행이 정한 TOR(Terms of Reference, 업무지시서)에 따라 은행과 본인이 컨설팅 서비스 계약을 맺은 형태다. 그렇기에 월급을 받기까지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우선 매월 말에는 Task Manager에게 한 달 동안의 성과를 정리하고, 다음 달의 계획을 작성해 서명을 받아야 한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내용을 훑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우선 드래프트를 먼저 전달했고, 본인의 Task Manager는 매번 그랬듯 꼼꼼히 검토하며 추가할 부분과 수정할 부분을 표시해 주었다. 피드백과 수정의 3~4번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 이 서류와 동시에 본인이 ‘인보이스(Invoice)’를 직접 작성해 Task Manager와 Division Manager의 서명을 받아야 했다. 한국에서 인보이스를 받아본 적은 많지만, 직접 써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컨설턴트의 예시를 참고해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겉보기엔 단순한 과정 같지만, 항상 그렇듯 여기에서는 가이드나 매뉴얼이 없어 또 부딪혀가는 시간이다.
사실 월말에 마쳐야 하는 과정인데, 조금 늦어지는 바람에 월 초에 첫 월급 신청을 마쳤다. 월급이 빠르게 들어오진 않을 거라 예상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신청 후 10일 정도가 지난 시점인 이번 주 초 새벽 외국환거래은행에서 ‘해외송금 도착 안내’라는 카카오톡 알림이 왔다. 월급이 입금되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잠에서 깨어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한화와 다르게 자동 입금이 되는 게 아니라 은행 앱에서 ‘송금받기’를 눌러야 수수료를 제하고 입금이 완료되는 구조였다. 이때 보안카드 번호가 필요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가져오지 않아 모바일 OTP를 새로 발급받느라 이틀이 더 걸렸다.
그렇게 마침내 첫 월급이 입금되었다. 계약서 금액보다 일부 수수료가 빠져 있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월급날이 그저 ‘지나가는 날’이었는데, 여기서는 치유의 순간처럼 느껴졌다. 왜 ‘금융치료’라는 말이 생겼는지 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팀 동료들에게 음료를 돌리고, 아비장에서 처음으로 한식당에 가 일본인 동료를 초대해 저녁을 대접했다. 또 한국인 동료와 펍에 가서 내가 계산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아비장의 물가가 워낙 비싸 지출도 컸지만, 그래도 이번 주만큼은 이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함께, 낯선 환경 속에서 버텨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이 정도는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이번 한 주 역시 챌린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월급을 받았다는 그 사실만으로 많은 부분이 상쇄된 것 같다. 또 다르게 생각해 보니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되, 생각이 매몰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퇴근 후 시간을 잘 돌린다면 이 시간도 잘 지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해봤다. 그리고 월급 보다도 더 큰 경험을 아비장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