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잘 쌓이길 바라며, 이상과 현실 속에서 개발학도임을 잊지 않기
하루하루 살아가기
요즘은 정말 ‘하루하루가 챌린지’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한 달이나 일주일 단위의 계획보다는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렸다. 한국에서는 월간·주간·일간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차근차근 성과를 쌓아갔는데, 이곳에서는 변동되는 일들이 많고 협력 또한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하루를 잘 보내는 것, 그리고 그런 하루들이 쌓여 결국 1년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J의 성향이 강한 나지만, 지금은 오히려 P답게 사는 것이 이곳에서는 더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체념하기
한국에서는 늘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은 ‘할 수 없는 일들을 미리 감안하는 것 또한 역량’이 맞을 수도 있겠다. 언어, 문화, 조직의 차이 속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잘 추진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돌아보면 그건 내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짐을 싸던 그때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예상했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현실은 달랐다. 아마도 내 역량을 조금 과대평가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언어뿐 아니라 계약직 컨설턴트로서의 신분적 한계, 그리고 문화적 차이까지도 현실 속의 제약으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래도 지키고 싶은 것
해외에 나오면 왜 이렇게 애국심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은행 내 소수의 한국인 직원으로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개발협력 전공자로서 더 효과적인 기여를 하고 싶은 열망은 여전하지만, 아직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 집중하느라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단순한 행정 업무라면 오히려 한국에서 더 가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조직에서 배우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작동 방식 역시 나에게 큰 배움이 될 거라는 확신도 있다. 그리고 내 계약 기간 내에 반드시 내가 가진 아이덴티티를 이곳에 남기고 떠나고 싶다는 다짐도 해본다.
벌써 두 달
어느덧 코트디부아르에 온 지 두 달이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여전히 어색하고 매일이 새롭지만, 그만큼 변화가 더디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또한 나만의 조급함일지도 모른다. 회사 내에서 내 아웃풋에 대한 큰 불만은 없는 듯하고, 스스로 이곳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며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 역시 나름의 성장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마음속에만 가득했던 ‘아프리카 개발은행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이제는 현실 속에서 부딪히며 기대와 현실의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이곳에서의 시간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인정하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