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_한국에 있을 때로 돌아간다면

두 달이 지나가며, 아비장에 오기 전의 나에게

by 아비장전

개발은행에서의 두 달이 지났다. 첫 달에는 제법 오래 걸렸던 테스크 매니저의 업무일지 서명도 이번 달에는 빠르게 받았다. 금요일 퇴근 후, 스스로에게 작은 축배를 들고 싶었지만 피곤이 몰려와 잠이 먼저 찾아왔다. 대신 주말에 혼자, 그리고 동네 카메룬 친구와 식사하며 조용히 나의 두 번째 달이 지남을 축하했다. 원래라면 한국 출장 준비로 분주했을 시기이지만, 출장이 취소되면서 예상치 못한 여유가 생겼다. 솔직히 출장 취소가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안도감도 들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 한국에서의 나였다면, 어떤 준비를 더 했어야 했을까?’ 그런 마음으로 지난 두 달을 돌아봤다.


프랑스어

‘영어로 소통이 되겠지?’ 처음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신감을 조금 반성한다. 영어를 잘하지도 못하면서 왜 그런 자신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막상 일을 하다 보니 영어만큼 프랑스어도 자주 들린다. 게다가 코트디부아르의 공식 언어가 프랑스어이다 보니, 프랑스어를 못하면 일상에서 놓치는 상황이 많다. 특히 현지 코트디부아르 생활에 더 노출되기에는 한계가 확실히 있다. 지금 돌아본다면, 여기에 오기 6개월 전부터 퇴근 후 프랑스어 공부를 꾸준히 했을 것 같다. 발음이나 기본 표현 정도만 알고 왔더라도 훨씬 빨리 익숙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어

한국에서의 업무에서도 영어에 대한 노출이 많아서 AI만 있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그리 어렵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큰 착각이었다. 한국과 달리 여기는 회의가 굉장히 많고, 그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의견도 정말 많다. 한국에서는 주요 포인트만 이해해도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회의 내용을 꼼꼼히 따라가야 하고, 바로 피드백을 주거나 답변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해하지 못해 머뭇거리는 순간들이 자주 있어 아쉬웠던 적이 많다. 다시 돌아간다면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을 것 같다. 아니면 영어권 국가에서 언어적인 부분을 빌드업하고, 조금 더 준비된 상태에서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은행

한국에서 너무 금융 업무를 소홀히 하고 온 것은 아쉽다. 장기 체류 전에 은행을 방문해 필요한 외환 계좌를 만들고, OTP나 보안카드도 미리 갱신했어야 했다. 코트디부아르 은행의 계좌 개설이 쉽지 않다고 들어서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요즘 은행은 인터넷으로 다 되잖아?’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막상 외화통장도 만들지 않은 내 자신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다시 돌아간다면 주거래 은행에 들러 상담을 받고, 해외에서도 편히 쓸 수 있는 외화통장을 만들어 왔을 것 같다. 은행 업무를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건 분명하다.


쇼핑

출국 전, 새로운 물건을 사기보다는 기존 짐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다 썼다. 그럼에도 많은 물건을 잘 챙겨 왔다고 생각이 들지만, 현지에 와서 아쉬운 점도 보이곤 한다. 사실 아비장에서는 구하려면 웬만한 물건을 구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돌아간다면 멀티탭 대신 조깅화 두 켤레를 챙겨 올 것 같다. 한국에서 5~6만 원이던 나이키 조깅화가 이곳에서는 20만 원이 넘는다. 그리고 한국에서 먹던 비타민이나 프로틴은 상당히 비싸서, 다시 돌아간다면 내 생활 패턴을 조금 더 면밀히 살펴 짐을 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괜스레 출장이 취소된 것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요리

코트디부아르는 한국처럼 사 먹는 것과 해 먹는 것의 차이가 크지 않은 나라는 아니다. 식당에서 두 명이 식사하면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은행 구내식당에서도 현지식 한 끼에 1만 원 정도 들며, 샐러드는 그보다 더 비싸다. 게다가 메뉴가 거의 매일 비슷해서 크게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전날 볶음밥이나 고기를 싸 와서 도시락으로 먹는다. 어떤 날은 입맛에 딱 맞지만, 어떤 날은 ‘그냥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날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리를 잘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끔 연락이 오면 “거기 살만해?”라고 질문한다. 그러면 나는 늘 “생활은 전혀 어렵지 않은데, 업무에 적응하는 중이에요.”라고 이야기하며, 가끔은 “진천보다 나은데요?”라고 웃으며 말할 때도 있다. 그만큼 아비장의 생활은 나쁘지 않다. 다만, 업무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이번 달에는 업무가 좀 나아지겠지 기대했지만,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오늘 정리해본 아쉬움 대부분은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이기에, 3개월 차의 나는 조금 더 성장해 있길 기대해 본다.


(좌) 두 달 버텼다 (우) 꾸준히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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