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공부와 경험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분명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금요일이 지나가 있고, 또 주말이 되어 있었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의 반복 속에서 회사 밖에서는 특별히 다른 일을 하지 않으니 단조로울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아비장에서의 시간은 유난히 더 빠르게 흘러간다. 이번 주는 큰 챌린지도, 화날 일도 없었던 한 주였는데도 말이다.
단순히 생활에 적응해서 시간이 빨리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욕심이 조금 줄어들고, 현실을 좀 더 정확히 마주하게 되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한결 편해지긴 했지만,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이 먼 곳까지 오는 데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고, 나 역시 나름의 각오를 하고 왔다. 이곳에서, 이 포지션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 있었고,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 주를 지나며 내 상황과 역량이 생각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 쌓아온 공부나 경험이 이곳에서는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받아들였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큰 일들을 맡았고 책임도 무거웠다. 지지받은 적도 많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큰 부담으로 느껴졌고, 위기 순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상사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자율성이 있었기에 한 조직에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직접 해결해갈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 게다가 고용도 안정적이었다.
반대로 이곳의 삶은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스스로 판단한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혹은 매주 바뀌는 우선순위를 따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수차례의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거쳐야 한다. 언어적 제약 속에서 동료들과 소통하고 상사의 클리어런스를 받는 과정도 쉽지 않다. 메일 한 통 보내거나 회의록을 정리하는 일조차 여러 단계의 검토를 거치기 때문에, 내가 보기엔 충분하다고 느꼈던 문서들도 빨간펜으로 빼곡히 수정되어 돌아오곤 한다. 때로는 그 의도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치를 보게 되고, 고용의 불안함까지 더해져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유난히 부당하거나 이상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한국에서 일하면서도 사실은 드러났었던 내 부족함이 여기서는 더 명확히 보이는 것뿐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예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종류의 과정을 버티며, 그럼에도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영어도 조금씩 더 들리고, 불어 공부도 시작했고,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물론 나를 고용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개선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고, 그 시간 동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시간의 끝도 빨리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