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적응을 한 건지, 생활에 적응을 한 건지 아직도 모르겠는 이 시점
오랜만에 브런치로 돌아왔다. 어느덧 이곳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3개월 반이 지났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집–회사–집의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모든 집중이 회사에 쏠려 있었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있었고, 아침에는 조금이라도 뛰고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갈 무렵부터는 업무 외에도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활 패턴은 다소 무너지긴 했지만, 업무 자체에 대한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 업무상 작은 갈등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돌아보면 굳이 크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던 일들이었다.
사실 3개월 차까지 업무에 대해 나름 기대했던 것들이 있었다. 다만 그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고, 그만큼 답답함과 조급함도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내 자리를 확실히 잡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역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조금은 인정하게 됐다. 많은 것을 한꺼번에 꿰차기보다는, 지금 내게 주어진 일부터 제대로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재는 내가 리딩하고 있는 업무들에 집중하고 있다. 이 일들은 아마 내년 7월이나 8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3주 정도는 아프리카, 그리고 아비장에 딱 맞는 챌린지들이 이어졌다. 한국어 자원봉사를 시작해 약 15명의 친구들에게 서툰 영어로 한국어 수업을 했고, 은행 내 ‘Cultural Day’ 행사에 참여해 한국을 알리는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다행히 해당 행사에서 1위 국가로 선정되면서, 내 존재감도 조금은 올라간 것 같다. 연말이라 그런지 크고 작은 파티에도 여러 번 참여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 나름 준비했던 마라톤을 완주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까지 업무를 진행하면 올해 일정은 사실상 마무리되고, 4개월 차도 끝난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이미 휴가에 들어갔고, 나는 다음 주까지 혼자 사무실을 지킬 것 같다. 1년 계약 기준으로 보면 약 33%가 지난 시점이고, 어느새 중반부에 접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중반부를 시작하기 전, 연말에는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분명히 필요하겠지만, 이 멀리까지 떠나온 용기 자체에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연말이라 그런지, 올 한 해 다사다난했던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내년에 더 성장해 있을 나를 조심스럽게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