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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다시 생각해]

먹고살 밥에

by 유니크한 유니씨
IMG_9787.jpg 2024 12/am 07:14


<1203>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인식은 바뀌는 게 좋겠다. 미니멀 라이프, 언뜻 보면 환경 실천인 줄 안다. 갖고 있는 물건 중에 안 쓰는 물건 정리하고 최소한의 옷이며 용품으로 세간을 유지하는 일. 씽크대며 베란다, 구석구석 수납장에 현관의 신발장까지, 꽉꽉 들어찬 물건들에 굿바이~. 공간을 비우고 쑬모있는 순으로 남기는 가벼움. 그런 가벼움이 지구에 무해하다고 여기는듯한 태도.


미니멀은, 버리기 보다 '사지 않기'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버릴 물건 '사지 않기'가 먼저고, 샀다면 버리지 않고 (물건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어지간하면 새로 사지 말고 고쳐 쓰기가 미니멀이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미니멀은 사지 않기와는 방향이 먼, '새 거 하나 사면 갖고 있던 하나 버리기' 등으로 그 무게를 유지한다.

그래서 이런 행동수칙?이 방법으로 읽힌다. 새 거 하나 살 때 가진 것 하나 버리기(어따?), 끌어안고 살던 안 쓰는 물건들 비우기(어따?), 가진 물건 중 2년 이상 설레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기(어따?), 100일동안 버린(어따?) 100개의 물건으로 콘텐츠 만들기!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도 비슷한 사연을 읽어준다. '뭐라도 하나 사면 내가 가진 꼭 하나는 버리는 걸 원칙으로 산다' 는 청취자 사연에 '어머 현명하시네요' DJ한 쌍의 이구동성이 이어진다.

그런 미니멀은 환경실천이 아니다. '나 하기 싫은 거(=내 쓰레기), 너(지구)해,' 이건 그냥 이기적인 쓰레기 전가, 나아가 지구적 맥시멀 유발일 뿐이다.

있던 걸, 가진 걸, 안 쓰는 걸, 오래된 걸 버리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안 사고 덜 사는 것이 미니멀이면 좋겠다. 유행이나 취향 바뀌었다고, 비슷한 게 있거나 뭐든 많다고, 업그레이드 된 새 것이 좋아, 버리고 정리하는 게 아닌, 딱 가진 것만 딱 오래 쓰는 것 말이다. 정리하고 버리는 건 정리하고 버리는 사람이나 좋지, 누군가는 그렇게 정리되고 버려진 물건을 떠안아야 한다. 나는 싹 다 버리고 여백의 미를 삶에 들여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하지만 누군가... 그러니까 지구는, 지구 어느 한편의 사람들은... 버려진 쓰레기를 살아가야 한다. 나는 미니멀인가? 어떤 미니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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