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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이다고? 그러세요, 그럼]

먹고살 밥에

by 유니크한 유니씨
2024. 9/ am 7:24

<1204>

아이는 어릴 때부터 '먹기'가 힘들었다. 먹는 일이 그닥 끌리는 일이 아니었달까? 가령,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고도 집에 가지 않겠다는 서너살 분들에게 "우리 이제 아이스크림(사탕, 젤리...) 먹으러 갈까?" 바로 태세 전환, 엄마 손을 잡는 아이들이 있다면 우리집 아이는 먹을 것으로 전환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 딜이 먹힌 적이 별로 없다. '치킨 사줄께 뭐뭐 하자', '요거(숙제, 엄마 기준 해야 할 일 등) 다 하고 엄마가 사줄건데, 얼른 하고 먹자!'... 거래 조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5세에 입학한 첫 유치원에서도 아이는 밥 먹는 시간을 힘들어했다. '선생님한테 밥 많이 주지 말라고 말해달라' 당부했고, 담임 선생님은 요구사항을 들어주되 '너무 조금 먹어서 활동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라 할 정도였으니. 5세반 거의 내내, 담임샘과 나는 밥이 많네 적네, 먹었네 못 먹었네...아이가 가방에 넣고 다니는 연락장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Q&A 필담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비교하지 않는다면 아이의 개성이나 스타일이겠고, '아니 왜 다른 아이들처럼 못 먹을까', 비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일. 나아질지는 커가면서 알 수 있을테니 왜 안 먹냐 윽박지르거나 속 타기 보다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과연 커가면서 달라지긴 했다. 급식을 다 먹었다는 날도, 먹고 더 달라 했다는 날도, 반에서 제일 빨리 먹는 일도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먹을 것으로 '딜'이 되진 않고 또 이것저것 잘 먹지도 않는 성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십대 후반인 티네이저는 그렇게 호불호와 나름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호불호나 스타일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


사실 사진들은 먹기 전의 차림새일뿐 아이가 먹는 일은 이 사진과 무관하다. 어디까지나 before다. 그러니까 &after사진이 아니라는 것이 이 노트의 진실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침을 차려내는 입장에서 이러저러 메뉴 고민이고 좀더 맛있게 해주고 싶다는 나에게 누가 그랬다. 애들은 배고프면 다 먹게 되어 있고 열일곱이면 혼자 챙겨 먹을 수 있어야 되는데 니네 애는 그러느냐며, 나더러 유난이라고. 유난 떠는 엄마라니 순간 기뻤다. 나는 내가 이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게 내가 이기적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향한 유난으로 읽힌다니 말이다. 환영한다, 유난 떠는 엄마! (116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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