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의 이직 공백기 여행말고 뭐하지 2

외강내강을 위한 공포의 대장내시경

by 솔의눈


한 달 넘게 잔설사와 복통이 이어졌다. 내과에 갔더니 위·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유받았다. 마침 퇴사와 이직 사이의 짧은 공백기가 생겨 이 시간을 단순한 휴식으로 보내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투자와 자기관리에 쓰고 싶었다. 이미 여행은 다녀온 터라 건강을 점검하는 데 시간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인생 첫 대장내시경을 받게되었다.

‘대장내시경은 준비 과정이 가장 힘들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어왔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서는 장을 최대한 비워야 한다. 따라서 검사 3일 전부터 식단 조절에 들어갔다. 병원에서 받은 안내문에는 먹어도 되는 음식과 피해야 하는 음식이 구분되어 있었고, 제가 허용받은 음식은 다음과 같았다.

흰쌀밥, 흰죽, 계란, 묵, 맑은 음료, 부드러운 빵, 사과, 바나나, 배

퇴사 후 공백기라서 해당 식단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근무 중이었다면 외식으로는 맞추기 어려웠을 듯하다. 아마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을 것이다.


검사 전날 오후 4시부터 금식에 들어갔으며, 저녁 7시부터 장 정결제 ‘프리렙산’을 복용하였다.
맛은 포카리스웨트를 한층 달게 만든 듯한 느낌이었다. 첫 번째 복용 후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나, 두 번째 복용 후부터 속이 부풀어 오르더니 오후 8시 반부터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특이한 점은 복통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설사는 배가 뒤틀릴 듯 아픈 경우가 많지만, 프리렙산 복용 후에는 오직 쏟아내는 과정만 반복되었다.


검사 당일 새벽 5시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약을 복용하였다. 이미 전날 밤 모든 것이 배출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남은 것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병원에는 남편과 동행하였다. 수면내시경이므로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링거를 맞고 수술대와 같은 공간에 누운 뒤, 개구기 같은것을 물고 의사를 기다렸다. 의사가 “안 아프게 해드리겠다”라는 말을 건네는 순간부터의 기억은 없다. ‘아직 약을 투여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깊은 수면에 빠진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니 회복실에 누워 있었다.


검사 결과 위와 대장은 모두 깨끗하였고, 염증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의 설사와 복통은 이직 준비 과정에서의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 다만 작은 용종 두 개가 발견되어 제거했고, 조직 검사 결과는 일주일 뒤 확인하기로 하였다.

아쉽게 체중은 크게 줄지 않았다. 장을 완전히 비워냈음에도 불구하고 –0.8kg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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