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처음 배우는 메이크업
5년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공백기가 생겼다. 새 회사에 출근하기 전, 나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이미 여름휴가를 다녀온 터라 여행은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과 여유가 없어 미뤄두었던 것들을 해보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메이크업 클래스였다.
화장은 20대 때 블로그를 보며 어설프게 따라 하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사진을 보면 네모난 짱구 눈썹에 두꺼운 아이라인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당시 스모키 메이크업이 유행하던 때라 지금도 내 아이섀도우는 브라운 계열이 대부분이다. 내 얼굴에 맞는 화장법으로 바꿔보고 싶어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화장품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피부 표현이 중요해지는데, 혼자 터득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그래서 메이크업 클래스를 진행하는 샵을 찾아 2회 코스를 예약했다.
1회차에서는 기초와 베이스 메이크업, 2회차에서는 아이 메이크업을 배웠다. 원장님이 왼쪽 얼굴에 시연을 해주면 오른쪽은 내가 직접 실습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도움을 받으며 한 단계씩 따라 해보니, 유튜브로는 알 수 없었던 강약 조절법, 얼굴형에 맞는 터치 같은 디테일을 확실히 익힐 수 있었다. 또, 내가 쓰던 파우치를 가져가 직접 화장품 점검을 받았는데, 잘못 쓰고 있던 제품은 골라내고 나에게 어울리는 제품도 추천받을 수 있었다.
2회차까지 끝낸 결과물은 사실 기대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혼자 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고, 무엇보다도 저녁까지 화장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나는 출근할 때 늘 화장을 한다. 내게 화장은 단순히 꾸밈이 아니라 ‘일할 준비가 된 상태’를 뜻한다. 약간 불편한 옷차림과 답답한 화장이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을 만들어 업무 능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메이크업 클래스를 시작할 때 내가 목표로 둔 이미지는 ‘아나운서’였다. 신뢰감 있고, 또렷하면서 깔끔한 인상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이번에 배운 메이크업을 출근 첫날에 시도하려면 새벽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긴장으로 잠을 설칠 테니, 오히려 일찍 일어나 천천히 화장하며 마음을 다잡아보려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직 공백기에 꼭 해두고 싶었던 또 다른 일, 위·대장 내시경 건강검진 후기를 공유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