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 업무별로 부서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중소에 있을 때는 1개 팀, 1명의 직원이 다양한 범위의 업무를 커버했다. 예를 들어 직전 회사의 인사팀은 인사, 총무, 법무는 기본이고 영업, 마케팅, 디자인팀이 하지 않는 모든 일을 다 하는 팀이었다. 반면 이직한 회사는 HR, 총무, 법무, 시설관리 등 업무별로 팀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장점은 실무자 입장에서 업무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단점은 업무를 요청하는 타 부서의 입장에서는 이 일이 어느 팀의 일인지가 정말 헷갈린다. 프로모션 1개를 오픈하는데 어떤 단계는 A팀 관할, 어떤 단계는 B팀 관할.. 이런 식이라 입사 초반에는 이 일을 대체 누구에게 물어보고 요청해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옆 회사에 근무하는 지인은 '대기업에 오래 다니니까 바보가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회사 안에서는 전문가이지만 회사 밖으로 나가면 넓은 숲에서 나무 한 그루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회사업무 외적으로 계속 자기 계발의 압박에 시달린다고..
2. 복지의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이전에 다녔던 중소기업에서는 복지가 소소했다. 간식을 제공하거나 가끔 식대 제한금액 이상의 비싼 점심을 먹는 정도였다. 명절에는 대표님 앞으로 들어온 비싼 과일세트를 다 같이 나눠 먹는 것도 복지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
이직한 회사의 복지는 감사한 수준이다. 시간대별 출퇴근 셔틀버스가 운영되고(대신 주차비는 비싸다), 회사 이름을 대면 할인되는 식당에서 사원증을 찍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감격스럽다. 아빠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임을 하셔서 회사에서 자녀 학자금 대출이나 건강검진혜택, 콘도이용권 등이 나오는 게 당연한 줄 아신다. 아빠에게 당연한 그 복지혜택을 나도 받게 되었다.
3. 직원들의 나이대가 정말 다양하고 장기근속자가 많다.
중소기업에서 5년 재직한 나는 '고인 물'이라고 불렸다. 1년만 채우고 퇴사하는 인원도 많았고 2년만 넘어도 장기근속자 축에 들어갔다.
반면 여기는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수두룩 빽빽하다. 우리 팀장님은 20년 넘게 이 회사에 근무하신 분이다. 그만큼 이 회사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거겠지. 단점은 '젊은 친구들과의 대화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는 20대 팀원들과 화장품, 예쁜 카페에 대해 이야기하고 점심시간에 같이 올리브영에 산책(?)을 가기도 했다. 같이 릴스를 찍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그런 소소한 재미가 없어졌다는 점은 참 아쉽다.
4. 업무 프로세스 길다.
중소기업의 최대 장점은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근무했던 곳들은 그랬다) 경쟁사가 서포터즈를 오픈 예고를 올린 것을 보고, 바로 대표님 컨펌까지 받아 한 발 빠르게 동일제품 서포터즈를 먼저 오픈한 적도 있었다. 대행사를 선임할 때는 구두 계약 후, 업무를 먼저 진행하면서 계약서 날인을 한 적도 많다.
이직했더니 광고 대행사 계약서에 날인하기까지 1달 반이 걸렸다. (사실 아직 도장도 못 찍었다) 날렵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멈칫하게 된다. 이 부분은 나 스스로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 마케팅에서 안전하고 검증된 시도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최대한 많은 시도를 해서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