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에게 최고의 복지는 직주근접이다

역세권의 가치를 깨닫는 요즘

by 솔의눈

오늘도 출근과 동시에 체력 방전.


2번의 환승을 거쳐 회사까지 가는 길, 마지막 코스인 셔틀버스에 앉으면 단전에서부터 깊은 한숨이 올라온다.
겨우 사무실에 도착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원샷해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이전 회사는 자차로 다녔는데 도어 투 도어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직주근접은 워킹맘의 퇴근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유연근무제까지 적용해 5시 반에 퇴근하면 6시가 되기 전에 아이를 하원시킬 수 있었다. 해가 긴 여름에는 놀이터에서 7시까지 놀거나, 저녁 먹은 후 다 같이 산책 나갈 시간도 있었다.

이직을 준비할 때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이유가 직주근접의 메리트를 버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회사는 출근 50분, 퇴근에는 1시간이 걸린다. 주차비+유류비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고생하는데 돈까지 더 많이 들다니!! 입사하고 처음 한 달은 운전을 해서 다녔는데, 비 오는 금요일 꽉 막힌 퇴근길에 1시간 30분을 허비하는 경험을 하고는 다음 달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도 만만치가 않다. 신분당선에 앉아서 가는 것은 광교역에서 탑승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안 그래도 만차인데 여기서 사람이 더 탈 수 있을까? 싶을 때 정자역에서 또 한 번 사람들이 밀고 들어온다. 타는 것보다 내리는 것이 더 문제다. 사람에 밀려 안으로 들어갔다가 내가 내려야 하는 역에 도착하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밀고 나가지 않는 이상은 내릴 수가 없다. 그립톡으로 잡고 있던 핸드폰이 떨어져서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 틈새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지는 아찔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그 이후로 지하철에서 타고 내릴 때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지 않고 꼭 가방 속에 넣는다.)

몸이 힘든 대신 소요시간이라도 짧아지면 좋으련만. 지난주 금요일에 또 비가 내렸는데, 셔틀버스조차 교통체증에 막혀버렸다. 평소 10분이면 지하철역에 도착하던 셔틀버스가 20분이 지나도 회사 앞 도로에서 빠져나가지를 못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셔틀에서 내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나왔더니 집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저 멀리 떠나가는 게 보였다. 다음 버스는 20분 후에 온단다. 그래서 또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갔다. 이 날 단화를 신고 40분을 넘게 걸었다. 그동안은 운전해서 다니느라 체감하지 못했는데 시내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역세권 아파트들이 왜 비싼지, 왜 다들 '역세권, 역세권'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니 나만 힘든 게 아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7시 (금요일은 7시 30분..), 저녁밥 해 먹고 치우면 8시가 된다. 30분 동안 바짝 아이 숙제 봐주고 씻기면 이제 아이는 잘 시간이다. 저녁에는 엄마랑 놀 시간이 거의 없다.

이직하며 월급은 올랐지만 출퇴근에 쓰는 체력소모가 더 큰 것 같다. 어쩌겠는가, 적응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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