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빠는 회사가 오히려 불안하다
이직한 회사는 전 직장보다 업무 강도가 훨씬 낮다.
심지어 올해 목표 매출을 이미 달성해버렸다. 남은 12월은 사무실 공기마저 나른하다. 하반기 끝자락에 합류한 나에게 이 여유로움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함으로 다가온다.
어느덧 3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
‘내가 마케팅으로 얼마나 더 먹고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마음 한구석에 늘 걸려 있다.
안정적인 회사에 몸담고 있을 때 최대한 많은 성과를 쌓아놓고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점점 커진다.
“이직한 지 3개월이면 아직 적응기야. 그냥 시스템 파악부터 천천히 해.”
주변에서 하는 말이 맞는데… 이상하게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일이 한가하면 더 불안하다.
회사 안에서 뭔가 할 수 없다면, 회사 밖에서라도 뭔가를 계속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4급 따고 손 놓았던 HSK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아침에 조금 일찍 나와 역 근처 스타벅스에 앉아 중국어 단어를 외우다 출근하는 게 내 요즘 일상이다.
그런데 머리가 굳었는지 단어가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다. 한자를 보면 뜻은 바로 떠오르는데, 정작 뜻을 보고 한자를 쓰려 하면 손이 멈춰버린다.
그러다 또 이런 생각도 스친다.
‘차라리 기술을 배워야 하는 건 아닐까?’
도배나 타일은 몸 쓰는 일이지만 숙련자가 귀해서 시급이 높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장 배울 자신도 없고, 시간도 없다. 결국 가장 만만한 책상머리 공부로 다시 되돌아온다.
출근 전 공부하고, 회사에서 일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내가 하는 모든 활동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다 휘발돼 버리는 것 같다. 그런데 콘텐츠 하나 올릴 때마다 고민도 많고 시간도 꽤 들지만, 조회수는 딱 200~300에서 멈춘다. 그러면 또 의욕이 꺾인다.
조급함을 달래보려고 이것저것 꾸역꾸역 해보지만, 마음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아등바등 살고 있을까?
아침마다 스타벅스에서 중국어 책을 펼치고 있으면, 카카오 직원들을 자주 본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회사에 다니면 이런 고민이 덜할까?아니면 그들도 나와 비슷한 불안을 품고 있을까?
정말 피곤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