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차 안에서 보이는 하늘에 파란색보다 주황색이 점점 짙어질수록 내 마음도 급해진다.
여름에는 어린이집 하원 시키고, 놀이터 들렀다가 저녁까지 먹여야 겨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갔다. 어린이집 연장반에는 우리 수아보다 늦게까지 남아있는 친구가 있을 때도 있고 어쩔 때는 우리 애가 마지막 타자일 때도 있는데, 해가 긴 여름에는 꼴찌 하원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덜했다. 하지만 똑같은 시간에 데리러 가도 동절기에는 밖에 깜깜한 탓에 왠지 더 많이 기다리게 하는 듯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래도 작년까지는 단지 내 어린이집 원장님이 감사하게도 저녁까지 챙겨 먹여주셨다. 수아도 아직 어려서인지 엄마 왜 늦게 왔냐는 원망도 전혀 안 했다.
그맘때 5살 아들을 키우던 직장 동료분이 "엄마 왜 이렇게 깜깜할 때 데리러 왔어. 내일은 햇님이 떠있을 때 데리러 와"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너무 미안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혹시 우리 아이에게 그 말을 듣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
올해 다섯 살, 저녁을 챙겨주지 않는 대형 어린이집으로 옮긴 우리 수아. 해는 점점 짧아지는데 엄마의 퇴근시간은 변함이 없다. 친구들은 햇님이 떠있는 동안 한 명씩 하원을 하고, 수아는 친구들 배웅을 하고 다시 교실로 들어가서 엄마를 기다리겠지. 여름엔 우리 엄마도 밖이 환할 때 데리러 왔는데 왜 요즘엔 깜깜해질 때까지 안 올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