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갈 때 쓰자며 꼬박꼬박 저금해온 돼지저금통을 열고, 신랑의 인센티브를 보태 4박 5일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아이와 함께하는 첫 여행은 작년 가을. 아이 친화적인 것으로 유명한 호텔에서 2박을 지내며 호텔 근처 체험농장에 다녀온 것이었다. '여행'이라기엔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잘 자고 잘 노는 수아를 보며 신랑과 나는 '성공적인 여행'이라며 자축했다. 올해 여름휴가에도 성공적인 호캉스를 보내고 나니 이제 좀 더 '본격적인 여행'에 도전해봐도 괜찮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최소한의 계획
나는 철저한 계획형 인간이라, 이동시간까지 계산하여 여행 일정표를 만들곤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면 아이와 어른 모두 지친다고 들어서 이번엔 일정표를 만들지 않았다. 지도 앱에서 맛집, 관광지 몇 가지를 미리 태그 해두고, 여행 짐 리스트도 이틀 전부터 메모장에 써두었지만 이 정도는 내 기준에서 '무계획'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드디어 비행기 타러 가는 날. 난생처음 비행기를 탄 수아는 창밖을 바라보며 연신 '우와~'를 외쳤고 젤리, 과자, 태블릿 등 비장의 무기들도 하나도 꺼내지 않고 비행 내내 얌전히 잘 놀아주었다. 하지만 착륙할 때 비행기가 흔들리면서 멀미를 했는지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이를 달래려 안아 올리다 그만 버스 천장에 머리를 박는 바람에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미안..) 그러다 어느 순간 잠이 들어버렸다.
숙소에 가는 길에 식당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첫 번째 계획부터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