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잠든 수아를 더 재우기 위해 일부러 먼 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목적지를 수정했다. 하지만 식당에 도착해서도 좋아하는 칼국수에는 입도 안 대고 전복죽만 몇 숟가락 받아먹고는 '그만 먹을래'라고 했다. 잠이 덜 깨고 속도 안 좋은 듯했다. 남은 전복죽을 급하게 입에 넣고는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 숙소에서 좀 쉬고 나니 아이 컨디션이 좋아져서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한 시간만 놀고 저녁 먹으러 나가려고 했는데, 야외수영장에서 또래 친구를 만난 수아가 계속 더 놀고 싶어 해서 외출은 취소! 호텔에 붙어있는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돈가스와 고등어구이로 저녁밥을 대신했다.
신랑과 나는 "제주도까지 와서 푸드코트에 올 줄 몰랐다"라며 헛웃음을 지었지만 밥그릇을 본인 앞으로 당겨가며 맛있게 먹는 수아를 보니 흐뭇했다.
아침은 호텔 조식. 비싸지만 수아가 잘 먹는 반찬과 국이 있어 안전한 선택지였다. 아침식사가 가능한 식당들은 몇 군데 찾아두었지만 우리는 수아를 좀 더 재우고 차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마지막 날도 호텔 조식을 먹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 가득했던 식당
아쉬움이 남아 여행 일정 동안 유명한 식당에 딱 한 번 도전했다. 다행히 수아가 차에서 잠이 들어 1시간의 웨이팅을 평화롭게 보낼 수 있었다. 돌돔 구이와 우럭찜을 시켰는데 수아는 워낙 흰살생선을 잘 먹기도 하고 아기 밥이 서비스로 제공된 덕분에 얌전하게 식사를 했다. 음식 맛도 좋았지만 아이가 잘 먹는 모습에 신랑과 나도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제주도 맛집이 다 무슨 소용이랴. 아무리 유명한 식당이라도 수아가 잘못 먹으면 신랑과 나도 마음이 불편하고, 우리 애가 잘 먹으면 그곳이 곧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