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에는 아이 동반 제주도 여행의 필수코스라는 뽀로로앤타요테마파크로 향했다. 익숙한 노래와 캐릭터들이 반겨주는 곳에 도착하니 수아보다 내가 더 설렜다. 모두가 아이 동반객이고 아이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춰진 곳! 주저 없이 All day권 3장을 끊어 기분 좋게 입장했다.
지나가던 아기아빠가 "제주도까지 와서 키즈카페라니.."하고 웃는 이야기를 듣고 신랑과 나도 마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제주도까지 와서 키카를 오다니! 하지만 정말 신나게 노는 수아 모습을 보니 행복했다. 수아는 테마파크에서 5시간 가까이 놀고 차에 타자마자 바로 잠들어 숙소 침대에 눕힐 때까지도 깨지 않았다. 덕분에 난 카페에서 혼자 여유로운 시간도 즐길 수 있었다. 비록 호텔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 평소에도 먹던 커피(제주 한정판 음료는 내 입맛에 안 맞을 것 같았다)였지만 뭐 어떠랴, 꿀맛 같은 한 시간이었다.
엄마 아빠가 제주 바다를 보여줄게!
셋째 날은 금능해수욕장에 갔다. 한여름이 아니라 물놀이는 못했지만 모래사장에 앉아 한참을 놀았다. 바지를 다 적셔가며 모래성을 쌓는데 여념이 없는 수아, 비행기가 엄청 가까이 보인다며 하늘 사진을 찍는 신랑,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행복한 나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우리는 바닷가를 보니 비로소 진짜 제주도 여행 온 거 같다며 웃었다.
다음 일정으로 항공우주박물관에 갔는데, 수아는 전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2층에 있는 플레이존을 보더니 바로 뛰어들어가 나올 기미가 없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 보여서 수아를 어르고 달래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너무 지친 수아에게 박물관을 즐길 여유는 남아있지 않았다.
마지막 날은 아침식사가 되는 식당을 찾아갈까 하다가 너무 바쁠 것 같아 호텔 조식을 한번 더 먹기로 했다. 조식 가격이 비싸 부담이 되었지만 많이 먹으면 되지!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아이가 잘 먹지 않아 속상했다. 거기다가 단호박 수프를 뜨려다 국자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옷과 신발이 온통 노란 범벅이 되어버려 나도 먹는 둥 마는 둥.. 마지막 날이니 호텔 수영장을 한 번이라도 더 가기로 했더니, 시간 여유도 많이 없는데 애는 잘 안 먹지, 내 옷은 엉망이 되었지 이래저래 정신없는 조식 시간이었다.
다행히 수영장에서는 마지막까지 잘 놀아주었다. 정신없이 챙겨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비행기도 잘 탔는데 착륙하면서 또 멀미를 한 수아. 아빠 차에서 카시트에 앉지 않겠다며 울고불고하다가 결국 토를 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집 도착!
수아에게 "비행기 또 타러 갈까?"라고 물었더니 "싫어. 울컥울컥 해"라며 도망가버렸다. 신랑도 당분간 여행은 없다며 못을 박았지만 난 '내년 즈음엔 해외여행에 도전해봐도 되겠다'라며 혼자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