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좋겠다 랜더스가 우승해서

이벤트의 명분을 찾아서

by 솔의눈

첫 직장에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기획할 때 꼭 포함해야 했던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1위라는 것, 그리고 '명분'!


이벤트를 하거나 할인을 할 때는 반드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블랙프라이데이 기념 특가, 무슨 무슨 상 몇 년 연속 1위 기념 할인전, 매출 얼마 달성 감사제 등

그땐 '이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는데, 연차가 쌓이고 보니 적절한 명분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좋은 명분은 좋은 매출로 보답한다.

그래서 MD는 이번에는 무슨 명분으로 행사를 해야 하나 항상 고민하고, 마케터인 나는 어떤 명분으로 이벤트를 하면 좋을까 고민한다.


연말은 기념일이나 행사가 많아 명분으로 활용하기 가장 좋은 시즌이다.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유통업계의 굵직한 행사도 연말에 모여있다.

특히 매년 10월 말~11월 중순쯤 열리는 중요한 할인행사가 SSG쓱데이다.

매출 규모가 큰 만큼 공식 쇼핑몰 행사 못지않게 MD들이 많은 노력을 들이고, 마케팅 서포트도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올해는 국가적인 참사 애도의 일환으로 쓱데이가 취소되고 'SSG알뜰 쇼핑'으로 이름을 바꿔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갔다. 작년보다 세일 기간은 더 길었지만 매출은 거의 반토막 수준이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SSG랜더스가 극적으로 우승을 하더니, 우승 기념으로 11월 18일~20일 딱 3일간 '쓱세일'을 한다는 것이다. 애도의 분위기는 슬그머니 들어가고, 할인하는 3일 내내 SNS와 지역맘 카페에는 '이마트가 미어터진다'는 글이 넘쳐났다. 나는 원래 오프라인 쇼핑을 잘하지 않는 편인데도, 이마트 오프라인 전단을 보니 '오, 한번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새벽배송으로 조금 할인받았다

하지만 지역맘 카페에서 이마트 실황중계를 보니 안 가길 잘한 것 같았다. 주차장 들어가는데 1시간, 계산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는 둥, 고기 코너는 진입하기도 어렵다는 둥, 매대가 텅텅 비었다는 둥 각종 중계 글(?)들이 쓱세일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실제로 이마트가 쓱세일 기간 매출을 집계했더니 계획 대비 140%를 달성했고, 특히 삼겹살목살은 3일간 3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 신랑은 한화이글스의 팬이었는데(지금은 속 터져서 손절했다고 한다)

나는 항상 이글스의 경기를 보면서 '도대체 한화이글스가 한화에 어떤 이득이 될까?'라는 의문을 갖곤 했다.

야구팀의 성적을 모기업의 사업과 연결 지어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쓱세일을 보니 SSG의 야구 마케팅은 꽤 성공적인 것 같다. 특히 이태원 참사로 연중 최대 할인 행사를 취소한 상황에서 너무나 적절한 명분을 찾은 게 절묘했다.


단순한 생각이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명분이 없을까 고민하는 입장에서 랜더스 우승 기념으로 쓱세일을 진행하는 이마트가 새삼 부러웠다. 이마트 외에도 스타벅스에서 SSG랜더스 통합우승기념 스크래치 카드 이벤트를 진행하고, SSG랜더스 한정판 패키지를 만드는 등 SSG랜더스를 사업과 적절하게 연결하는 모습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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