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회식, 사내 동호회 등 근무시간 외 시간을 할애하는 건 피하고 싶다. 공식적인 회식이 아니라 회사 끝나고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제안에도 아직까지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 그 시간에 얼른 퇴근하고 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매일 해야 하는 운동 시간도 채우는 게 더 뿌듯하기 때문이다.
잠깐 커피를 내리는 시간 동안 스몰토크하는 건 괜찮지만, 10분~20분 이상 업무 외적인 수다를 떠는 건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근무시간에 삼삼오오 카페에 다녀오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다녀오는걸 뭐라 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내게 '커피 사러 갈래요?'라고 하면 열에 여덟 번 정도는 부드럽게 거절하는 편이다. 그 시간에 빨리빨리 일을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 개인면담에서 '후배들 데리고 커피도 좀 마시고 오고 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내 업무만 챙기지 말고 다른 팀원들도 좀 둘러보라는 의미였다. 9개의 칭찬, 격려를 하는 가운데 딱 1가지의 아쉬운 점으로 말씀해주신 거지만 그 말이 굉장히 무겁게 느껴진 것은 어떤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예전 직장에서 팀을 불문하고 비슷한 나이대 20대 직원들끼리 단체카톡방이 있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그 멤버들끼리 점심을 먹고, 따로 회식을 하고, 우리끼리 1박 2일 MT까지 다녀왔다. 그런데 친해지다 보니 단톡방 알람이 너무 자주 울리는 것이다. 그리고 20대 멤버들끼리 오전 중 꼭 한 번씩 비공식적인 쉬는 시간을 가지러 회사 주차장에 나가곤 했다. 나는 업무가 많은 와중에 카톡을 보고 바람 쐬러 나가는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아예 모임에서 빠지기에는 이것도 '사회생활의 일부'인 것 같아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팀 과장님이 슬쩍 오셔서 "아니, A대리(나)는 안 그러는데 다른 분들은 일 있어서 찾을 때마다 매번 자리에 없으니까 좀 그러네~ 내가 말하면 잔소리 같으니까 자기가 이야기 좀 잘해봐요"라고 하시는 것이다. 나는 순진하게도 그 말을 그대로 단톡방에 전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단톡방에 대화가 뜸하더니, 곧 나를 제외한 새로운 단톡방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료 직원들이 나를 따돌린 것은 아니다. 단톡방 밖에서는 평소처럼 스몰토크를 하고, 웃고 장난치며 잘 지냈다. 그저 직장동료를 넘어선 친구 같은 모임에는 내가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홀가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싸가 된 기분이 들어 씁쓸했다.
내 일을 열심히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잘한다는 게 일을 잘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후배들이 고민이 있을 때 내게 커피 한 잔 하며 상담을 청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답변은 NO. 나는 일하느라 바쁜 사람이니 아마 상담은 다른 선배한테 할 것이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도 쉽게 말을 걸지 못할 것 같다. 자기 일도 무난하게 하면서 후배에게 업무를 알려주고 상담해주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직원과 자기 일만 잘하는 직원. 둘 중에 어떤 직원을 회사가 끝까지 데려가려고 할지 고민해 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