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효소'란 일종의 다이어트 보조제다. 피자, 햄버거, 떡볶이 등 칼로리가 높은 메뉴로 점심을 먹은 후에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효소를 꺼내 입안에 털어 넣는다. 가루형, 액체형, 알약형.. 모양도 맛도 다양하다.
방금 먹은 칼로리가 살로 가는 것을 차단하는 목적이다.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떡볶이를 실컷 먹고는 싶은데 먹은 만큼 살찌기는 싫으니까 먹은 음식을 Ctrl+z 하는 마음으로 효소를 챙긴다. 같은 이치로 음료수는 반드시 제로콜라를 고른다. 최소한의 양심이랄까?
치즈사리를 잔뜩 추가한 떡볶이에 제로콜라를 곁들여 먹고, 효소를 챙겨 먹고 오후 3시쯤 또 디저트빵을 사러 가는 여직원들을 보면서 남자분들은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짓이냐'라며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다.
"애초에 많이 안 먹으면 되잖아요?"라고 한 팀장님이 물었다.
나도 처음엔 그 팀장님과 같은 의견이었다. 다이어트에는 식단과 운동만이 답이라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운동은 얼마든지 열심히 할 수 있지만 먹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운동은 어차피 매일 하고 있고, 식단은 줄이기 힘드니까 속는 셈 치고 나도 먹어볼까..? 해서 효소 한 박스를 주문했다.
여전히 잘 알고 있다. 안 먹으면 안 찐다는 것을..
하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 이성을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들고, 내가 그걸 참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3N 년의 인생을 살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차피 먹을 거 맛있게 먹고, 효소를 챙겨 먹으면 이 칼로리가 차단이 되는지 안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마음의 짐은 확실히 덜어진다.
누군가의 생일파티 후 케이크라도 먹는 날에는 아예 효소를 준비해서 회의실로 달려오는 사람도 있다.
"콜라예요?"라고 물었더니 씩 웃으면서 "아뇨, 효소요."라고 대답했던 그분은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다. 100% 효소 덕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간식시간에 절대 빠지지 않으면서도 날씬함을 유지하는 그녀를 보면 효소의 효과가 아예 없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