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한 육아휴직, 축하받는 복직

기다려줄 거라는 믿음

by 솔의눈


우리 회사는 출산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내가 입사한 이래 출산한 직원만 8명이고, 출산을 앞두고 있는 직원도 몇 명 있다.

모두 임신초기 단축근무를 했고 출산휴가는 물론, 육아휴직 1년을 썼다. 그중 일부는 벌써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왔다.


나는 전 직장에서 출산 및 육아휴직을 썼다.

그때 내 마음을 힘들게 했던 것은 '내가 잠깐 없어도 회사가 잘 굴러가는구나'라는 생각과 '내가 복직해도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할까? 내 자리가 있을까?'라는 불안감이었다.

휴직 중이어도 인트라넷 접속은 가능했는데, 아기를 재워놓고 인트라넷을 잠깐 들여다봤더니 다른 직원들의 승진공고가 떠 있었을 때 왠지 모를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딱 한번, 아기를 데리고 회사에 인사를 간 적이 있다.

매일 출근하던 사무실 문이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다. 조용한 사무실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갔더니 직원들은 물론 대표님도 나와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처음의 반가움도 잠시.. 직원들이 나와 아기를 빙 둘러싸고 서있는 상황이 무척 송구스럽고 민망하게 느껴졌다. 직원들의 시간을 뺏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기 분유 먹일 시간이라..'라고 하며 금방 나오고 말았다. 팀장님과 팀원들이 1층까지 배웅을 해주셨지만, 헛헛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아기용품 회사라고 해서 모두 출산,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대표님의 마인드, 출산 및 육아를 하는 직원들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있다. 그래서 남자 직원들도 출산휴가를 부담 없이 사용한다. 출산이 아니라 입학, 어린이집 입소 등을 이유로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단축근무를 신청하는 분들도 꽤 있다.


육아휴직을 떠난 분들은 휴직 중 두세 번씩 아기를 데리고 사무실에 놀러 온다. 나는 아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나 외에도 '아기가 오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이 정말 많다. 휴게실 소파에 앉아 한 시간이 넘도록 아기를 안아보고, 각자 서랍 챙겨두었던 아기간식 샘플을 꺼내서 선물로 주기도 한다. 대표님도 버선발로 달려와 아기 손을 잡아보고, 임원분들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 '용돈이야!'라며 건넨다. 아기가 온 김에 제품 테스트 좀 해보자며 시제품을 들고 뛰어오는 분도 있다. 모두가 그 직원을 진심으로 반겨주고, 언제 돌아오냐 빨리 와서 같이 일하자며 너스레를 떤다.


프로엄마아빠들이 아기를 대신 어르고 달래주는 동안, 오랜만에 회사에 온 직원은 사무실을 둘러보면서 동료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주인을 기다리는 책상도 한번 만져볼 수 있다.


육아휴직 중인 직원분이 처음 아기를 데려왔을 때는 갓 신생아티를 벗은 꼬물이었는데, 몇 달 뒤에 놀러 왔을 때는 소파에 앉아있을 수 있게 되고, 또 다음번 방문 때는 휴게실 탁자를 잡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돌아오실 날이 점점 다가오는구나 하는 시간의 흐름도 함께 느낀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도 내 일을 놓지 않을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도 무척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둘째 계획이 아직 없지만 이 회사를 다니면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다면 예전에 느꼈던 불안감은 훨씬 덜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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