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는 밤이 기다려지는 이유

사이좋은 부부에게도 개인시간이 필요하다

by 솔의눈

오늘은 남편이 야간근무를 하는 날이다!


이 날은 저녁시간을 아주 계획적으로 보내야 한다. 퇴근 후 아이를 하원시키고, 8시 반 전까지 저녁 먹이기와 목욕을 재빨리 끝낸다.

"이제 침대로 갈 시간이야~"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동화책으로 꼬드겨서 침대로 데려가면 보통 1시간 안에 잠든다.


그럼 9시 반~10시쯤부터는 온전한 나의 자유시간이다.

야호!!!


아기가 신생아일 시절에는 남편 없는 밤이 두려웠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못 챙겨 먹고, 씻지도 못한 상태에서 2시간 간격으로 깨서 울어대는 아기를 안고 달래노라면 밤이 그렇게 길고 서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보내는 밤이 무척 기다려진다. 아이가 놀다가 미처 정리하지 않은 장난감만 남은 고요한 거실. 재빨리 덤벨과 수건을 갖고 와 세팅해 두고, TV에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태블릿 PC에는 빅씨스 이볼브 50 프로그램을 튼다. '으엄마~'하면서 찾아오는 딸도 없고, 운동에는 취미가 없는 신랑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1시간 넘게 실컷 운동을 한 뒤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물론 신랑이 집에 있는 날에도 육퇴 후 자유시간을 즐길 수는 있다. 하지만 저녁식사+아이 목욕+자러 가기의 과정이 나 혼자 있을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지가 않는다. 신랑이 야간근무를 간 날에는 아이만 먹이고 저녁을 패스하거나 간단히 먹는 편이다. 그런데 세 식구가 모두 있으면 왠지 저녁을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할 것만 같다. 평일에는 가족끼리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저녁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마아빠가 모두 집에 있으면 아이의 어리광이 늘어서 육퇴까지 가는 일련의 과정에 협조를 잘해주지 않는다.


어렵사리 아이를 재우고 난 뒤에도 신랑이 있으면 왠지 둘이서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몇 번인가, 나는 거실에서 운동을 하고, 신랑은 작은방에서 영화를 보며 저녁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부부가 한 집 안에 있으면서 각자 할 일을 한다는 게 어색하고, '사이좋은 부부'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랑이 근무하는 밤에는 쓸데없는 의무감 없이 마음 편하게 자유시간을 즐길 수가 있다.


남편과 둘이서 야식 먹으며 야구를 보거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보내는 시간도 여전히 알콩달콩 즐겁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오롯이 집중해서 할 혼자만의 시간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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