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몰 담당자에게 메시지가 왔다. 3월부터 시작할 새로운 기획전의 컨셉과 견적을 미리 확인하고 어떻게 홍보할지 계획을 짜야한다.
기획서 최상단에 써진 타이틀은 '봄격할인!'
...
곧바로 J대리 내선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대리님, 봄격할인은 좀.. 모니터링하다 보니까 ㅇㅇ브랜드가 이미 그 타이틀로 행사하고 있더라고요."
"아 진짜요? 아오.. 핀터레스트에 검색해 보고 다른 데서 절대 안 쓸 거 같은 카피로 고른 건데!"
"봄 들어가는 타이틀 말고 다른 걸로 생각해 보면 어때요?"
"..봄이오나봄....?"
"아휴! 봄이오나봄 금지! 그건 쓸 생각도 하지 마요 진짜"
"뭐 다른 거 없을까요.."
동갑내기인 J대리는 더 이상 생각나는 게 없다며 좋은 아이디어 좀 내놓으라고 하소연을 했다.
3월에는 대부분 브랜드가 새학기, 봄 컨셉으로 행사와 이벤트를 한다. 하지만 우리 브랜드는 새학기 컨셉으로 하기엔 타겟연령층이 너무 어리고 컨셉에 맞춰 엮을 제품도 많이 없어서 이맘때면 늘 같은 고민을 한다.
그렇다고 계절을 컨셉으로 잡기에도 특색이 없는 것 같았다. '봄이오나봄', '봄격'처럼 계절 '봄'을 활용한 카피는 쉽게 떠오르는 만큼 다른 브랜드가 이미 너무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식상하다.
유선상으로 J대리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주고받다가, '봄'은 디자인으로만 노출하고 카피는 다른 것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헬스장 전단지에서도 '봄격할인'
사실 행사에 포함되는 제품라인업은 신제품이 간간히 추가되기는 해도 늘 비슷하다. 할인율, 그리고 그 할인의 명분이 될 수 있는 컨셉만 바뀐다. 작년에 SSG랜더스 우승 기념으로 이마트가 대대적인 세일을 했던 것처럼 명확한 명분은 확실한 결과로 보답한다. 하지만 그런 큰 이벤트는 자주 있는 게 아니라서 시즌, 이슈를 활용해서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