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2시에 불현듯 '파란 셔츠를 입고 싶다'는 생각에 한밤중에 다림질을 했다. 한동안 뚱뚱해 보여서 서랍 깊숙이 넣어둔 청바지를 꺼내 입고, 바닥에 종이가방을 하나 깐 후 흰 구두를 신고 서서 거울을 보며 야밤에 나 홀로 패션쇼를 한 보람이 있다.
이렇게 전날밤에 100% 마음에 드는 착장을 정해두면 다음날 아침에 여유롭고 기분 좋게 출근할 수 있다. '멋진 커리어우먼인 나'에 살짝 취해 의욕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입을 옷을 미리 정해두지 못했거나, 여러 조합으로 입어보았지만 결국 마음에 드는 착장을 찾지 못한 날 아침은 마음이 조급하다. 하나만 더 입어볼까.. 하다가 결국 시간이 부족해서 마음에 썩 들지 않는 OOTD로 출근하면 하루종일 거울을 볼 때마다 옷이 눈에 걸린다.
'뭐 입지' 고민에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서 한 번은 주말에 아기 낮잠 자는 동안 옷장과 서랍에 있는 옷을 다 꺼내 '옷 입히기 놀이'를 한 적도 있다. 일주일치 입을 옷을 미리 정해두면 고민 없겠지! 하지만 패션센스가 그렇게 뛰어난 사람은 아닌지라 일주일치 착장을 한꺼번에 정하지도 못했고, 그나마 정해둔 몇 가지 후보들도 막상 당일에는 별로인 것 같아 입고 나가지 않았다.
'옷을 새로 사야 하나..?'싶어 자주 가는 인터넷쇼핑몰과 지그재그앱을 살펴봤지만 딱히 끌리는 옷이 없었다. 사실 옷을 사도사도 '내일 뭐 입지?'라는 고민은 끝이 없을 것이다.
나에겐 어려운 시도..
미국의 한 워킹맘은 매일 같은 옷을 유니폼처럼 입는 것으로 삶을 간소화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해볼까? 생각했지만 내게는 맞지 않는 시도인 것 같다.
나는 30대 아줌마가 되었지만 일과 육아에 치여 '나를 꾸미는 일'을 후순위로 미루고 싶지 않다. 그래서 출근할 때 꼬박꼬박 화장을 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는다. 다른 사람은 내가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잘 단장한 거울 속 내 모습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까지 내일 입을 옷을 결정하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출근룩 #직장인룩 해시태그로 이리저리 검색을 하고 머릿속으로 옷 조합도 해보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착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