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묶어주는 아빠
남편이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
키즈노트 알림장을 보다 보면 유독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바로 딸아이의 머리!
다른 여자아이들은 양갈래 머리, 땋은 머리, 리본핀으로 앙증맞게 꾸몄는데 우리 아이만 머리모양이 영 볼품없는 것이다. 6살인데도 아직 머리숱이 많이 없는 탓에 뒷모습만 보면 남자아이처럼 보일 때도 있다.
내가 등원시키는 날에는 항상 신경 써서 아이 머리를 묶어준다. 머리끈을 10개쯤 써서 총총히 묶어주고, 옷이랑 머리핀 색깔까지 맞춘다. 아이와 하루동안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는 미안함만큼 머리 묶어주는데 정성을 쏟게 된다. 일하는 엄마라서 아이 머리도 제대로 못 묶여서 보낸다는 인상을 주기도 싫다.
그런데 신랑이 등원시키는 날은 늘 키즈노트 사진 속에서 산발을 하고 있다. 엄마 못지않게 육아를 잘하는 남편이지만 머리 묶어주는 것만큼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나가는 말로 신랑에게 말한 적이 있다.
"오빠도 머리 묶어주는 거 연습해 보면 어때?"
하지만 난색을 표하는 신랑에 '그래, 머리 못 묶어주는 게 대수냐. 애만 잘 보면 됐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 후 신랑이 등원시키고 내가 하원담당인 날마다 퇴근하고 만난 딸아이의 머리카락이 매우 허술하게 묶여있는 날이 많아졌다. 어떤 날은 안 묶으니만 못한 수준일 때도 있었다. 양갈래로 묶긴 묶었는데 머리갈래가 양 옆이 아니라 뒤를 향하고 있다거나, 묶인 머리보다 풀려있는 머리가 더 많기도 했다.
그렇게 일 년 가까이 엉성한 양갈래 머리로 등원하다가 얼마 전부터 아빠표 헤어스타일링이 조금 업그레이드되었다! 하루는 하원시키러 갔더니 딸아이가 선생님이 묶어줬다기에는 좀 엉성하고, 아빠가 묶었다기에는 꽤 귀여운 머리스타일을 하고 나타났다.
"따라 해봤는데 어렵네."
오빠가 묶어준 거냐는 물음에 신랑은 민망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뒤, 머리끈을 여러 개 써서 일명 '삐삐머리'를 만드는 내 방식을 엉성하게나마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날은 '양갈래 똥머리 묶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나는 일취월장한 신랑의 머리묶기 실력에 감탄하는 한편, 딸아이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무척 감동했다. 남편이 딸아이 뒤에 앉아 그 큰손으로 가느다란 꼬리빗과 콩알만 한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어주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사랑스럽다.
키즈노트 사진 속에서 산발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회사를 다니느라 아이를 챙기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들곤 했다. 신랑이 육아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해주고 있지만, 결국 세세한 부분과 '마무리'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엄마'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요즘은 그 무거운 책임감을 신랑이 함께해주고 있는 것 같다. 머리를 묶어주는 것, 나도 까먹고 있던 어린이집 준비물을 미리 챙겨두는 것, 일찍 하원하는 날에는 놀이터에서 만나는 친구들 몫의 과자까지 넉넉하게 챙기는 것... 하나하나 따지자면 사소한 것들을 신랑이 함께 챙겨준다. 예전에는 육아에 있어 내가 사수, 신랑이 부사수였다면 이제는 같은 직책의 동료 같다.
그렇게 노력하는 신랑의 모습이 연애시절보다 훨씬 멋지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