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을 찾아서
아이와 함께하는 아파트 임장
6살 아이와 함께하는 임장은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낮시간대 예약'과 '유모차'!
아이를 데리고 집을 보러 가야 하는 날은 가급적 낮시간대를 이용했다. 집에서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가는 것이 그날 임장의 시작.
우리는 지역 내에서 이사하는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매물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 멀어서 차를 타고 가야 할 때는 유모차를 싣고 갔다.
아파트 단지 분위기는 어떤지, 놀이터는 어떻게 생겼는지, 단지 내 어린이집이나 산책로는 잘 조성되어 있는지 유모차를 밀고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한 시간쯤 산책을 하면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스르르 잠이 든다.
그럼 바로 그때가 집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에 매물을 살펴봤는데, 아이가 혼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민폐가 될까 봐 내가 안고서 집안을 구경했다. 그러다 보니 집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어렵고 집주인이나 부동산중개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 않았다.
유모차에서 아이가 자는 시간은 30분 남짓이지만 집을 살펴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음 샀을 때는 내 집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서 이 집에 평생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20년 된 구축아파트는 살면 살수록 아쉬운 점들이 눈에 보였다.
지하주차장과 단지 내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주차공간도 협소한 편이다. 1개밖에 없는 놀이터는 낡디 낡아 시소가 삐걱거리고, 헬스장이나 도서관 같은 편의시설은 당연히 없다.
무엇보다 안방을 제외한 방들은 무척 추워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방을 분리해 주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랑과 나는 늘 '새 아파트'를 꿈꿨다. 깨끗한 신축아파트!
하지만 신축아파트는 당연히 훨씬 비쌌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최근에 지은 아파트라면 만족하기로 했다.
영영 팔리지 않을 것 같던 우리 집도 결국은 제 주인을 찾아갔고, 우리는 최종후보로 생각하던 A 아파트로 거의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 A아파트는 지은 지 10년 된 숲세권 아파트로 구조가 좋고, 출퇴근거리도 짧아지는 게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신랑이 '한 곳만 더 보자'며 B아파트라는 선택지를 내밀었다. 옮길 어린이집이 마땅치 않아서 진즉에 제외했던 곳인데, B아파트와 내 회사 중간지점에 괜찮은 어린이집이 있다고 해서 한번 둘러나 보기로 했다.
역시나 딸아이는 단지 내를 둘러보는 동안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다. 현관문에 유모차를 주차하고 들어가 본 집 안은 지은 지 갓 5년 된 신축 아파트답게 A아파트보다 훨씬 깨끗하고 환했다. 마루도 깨끗해서 따로 보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신랑도 마음에 든 눈치였다.
문제는 가격! 하지만 일전에 거의 성사직전까지 갔다가 매입자의 변심으로 계약이 깨진 적이 있다며, 부동산중개인이 성심성의껏 중개를 해주었다.
낮잠에서 깬 딸아이가 유모차가 부서질 듯 몸부림을 치며 온몸으로 지루함을 발산할 무렵, 우리가 생각했던 최대 예산으로 매입을 결정할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로 이사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