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 가방, 신발은 모두 처분 2. 상태가 좋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중고판매 3. 다 읽은 책들 중고서점에 판매 4. 하루에 수납장 한 칸씩 정리하며 잔짐 줄이기
우선 옷부터 손을 댔다.
결혼 전에 입던 짧은 스커트, 유행 지난 원피스, 임부복으로 샀다가 더 이상 입지 않는 헐렁한 옷들.. '언젠간 입겠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넣어두었던 옷들을 모두 꺼내서 자루에 담았다. 이사 가기 직전에 헌옷수거업체를 불러서 한 번에 처리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신랑이 복병이었다.
"이건 잘 입던 코트 아냐?"
(결혼 전 데이트할 때 잘 입던 코트였다)
"이 원피스는 완전 새건데?"
(결혼식장 갈 때 몇 번 입었지만 이젠 너무 짧아서 입을 엄두가 나지 않는 원피스다)
"재킷은 일단 놔둬보자"
(결혼할 때 신랑 본가에서 가져온 후로 단 한 번도 입지 않은 가죽재킷이다)
내가 버리려고 마음먹은 옷들을 자꾸 부활시키는 신랑 때문에 결국 몇 벌은 다시 옷장에 걸리고 말았다. 그 옷들은 신랑이 안 볼 때 다른 옷들 밑에 슬쩍 숨겨서 처분하기로 혼자 마음을 먹었다.
작아진 아이 옷과 용품을 정리하는 데는 의외로 친정엄마가 복병이었다.
"너희 오빠 아기 생기면 물려주게 작아진 옷들이랑 아기용품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해 둬!"
엄마는 내가 2년 전에 당근마켓에서 팔아버린 아기원목침대와 걸음마보조기에 대한 아쉬움을 아직까지 토로하신다. 그땐 심지어 오빠가 결혼 준비조차 시작하기 전이었는데 말이다.
책 정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알라딘앱을 다운받아서 책 바코드를 찍어보니 중고매입을 하는 책인지 아닌지 여부를 미리 알 수 있었다. 판매가는 900원~15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냥 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중고매입이 가능한 책들은 차곡차곡 모아서 현관에 쌓아두었다가 주말에 중고서점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는 것이 수납장 정리다. 자잘한 짐들이 이렇게 많이 숨어있을 줄 몰랐다. 게다가 버릴지 말지, 버린다면 어떻게 버려야 할지 고민되는 물건도 많았다. 이전 직장에서 썼던 다이어리들, 쓰지 않는 통장, 각종 서류들,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속품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들어온 작품들까지(이건 이름과 사진이 들어가 있어서 참 버리기가 애매하다)
하나하나 고민하다 보니 작은 서랍장 하나를 비우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리 집은 복도 한쪽면이 모두 붙박이 수납장이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들어가 있는지..
이사까지 남은 기간 한 달 반. 과연 이 많은 짐들을 모두 말끔히 정리하고 미니멀한 이사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