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6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신랑은 먼저 서프라이즈 선물이나 이벤트를 준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내가 이런 게 하고 싶고, 어떤 선물을 받고 싶다고 말하면 늘 원하는 대로 해준다.
하지만 올해는 정말 받고 싶은 선물이 없었다.
"오빠는 뭐 필요한 거 없어?"
결혼기념일이라고 여자만 선물 받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매년 물어보지만, 신랑의 대답은 작년과 같았다.
"없어."
작년 결혼기념일 선물은 다이슨 에어랩이었다. 갖고 싶긴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다음에 살래!'하고 넘어갔는데, 결혼기념일 일주일 전 화장대 위에 다이슨 상자가 놓여있는 걸 보고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모른다.
"올해 생일선물까지 당겨서 주는 거야"
라고는 했지만 3개월 뒤 내 생일도 잊지 않고 챙겨준 고마운 신랑이었다.
그런데 에어랩 이후로는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정말 없었다. 그렇다고 결혼기념일을 그냥 넘어가자니 아쉬웠다. '기념일에 선물을 받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아내'에 신랑이 익숙해질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기념일 정도는 소소하게 챙기는 알콩달콩함이 유지되면 좋겠는데 말이다.
맘카페에 검색해 보니 결혼기념일마다 목걸이,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선물 받는다는 글이 많았다.
"데일리로 하고 다닐 수 있는 목걸이도 괜찮을 것 같아"
저녁을 먹으며 신랑에게 이야기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난 사실 목걸이 하나에 비싸봐야 30만 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30대 목걸이 브랜드를 검색해 봤더니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목걸이 하나에 50만 원~100만 원 가까이하는데 그걸 내가 매일 걸고 다닐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평소 목걸이를 잘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다음 달 이사를 앞두고 지출이 많은데 거기에 비싼 기념 선물까지 추가하는 건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이번 결혼기념일은 이사 때문에 돈 쓸 일이 많으니까 그냥 맛있는 외식하는 걸로 끝내자! 곧 내 생일도 있으니까 뭐~"
그날 저녁은 얼마 전에 아이가 토마토 파스타를 맛있게 먹었던 동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했다. 기념일인 만큼 스테이크도 하나 시켰다.
"올해가 7주년인가? 우리가 16년도에 결혼했지?"
"17년도에 했잖아~"
"아 맞네! ㅇㅇ아, 오늘 엄마아빠가 결혼했던 날이야. 너 엄마아빠 결혼식 때 왔었어?"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먹는 저녁식사는 즐거웠다.
아이는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려 아기새처럼 토마토 파스타를 받아먹었고, 스테이크는 적당히 구워져 야들야들, 봉골레 파스타도 맛있었다.
주고받은 선물은 없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한결같이 말수가 적지만 다정한 신랑과 아기새 같은 딸과 함께한 6번째 결혼기념일은 기념일이라기에는 다소 평범했지만 평소보다는 조금 더 특별한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