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소풍일정을 전해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시락을 어떻게 준비해줘야 하지?'였다.
이미 인터넷과 주변 육아 선배들을 통해 '소풍도시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검은깨로 눈을 만들어붙힌 문어모양 소시지는 완전 초보 수준이고, 동료직원 중 한 명은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의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예행연습까지 해봤다고 했다. 조금 큰 아이들은 친구들끼리 서로 도시락을 비교하고 '나도 예쁜 도시락을 싸달라'라고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도 그런 도시락을 싸줘야 한다면 어떤 모양으로 할지, 출근하느라 바쁜 아침부터 도시락을 만들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나, 전 날 저녁에 미리 만들어둬야 하나.. 온갖 고민을 다 하던 참이었다.
반가운 공지
그런데 소풍 2주 전쯤 키즈노트에 반가운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사항에는 소풍 일정 안내와 함께 소풍 도시락의 크기와 종류, 구체적인 개수까지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3월 오티 때, 원감 선생님이 두 번이나 강조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우리 아이들 소풍 갈 때 도시락은 꼭 조금만 싸주세요. 어머님들이 정성껏 싸주셔도, 아이들은 노는걸 더 좋아해서 결국은 대부분의 도시락을 버리게 됩니다. 오전에 소풍 다녀온 뒤에 원에서 늦은 점심을 먹이니까 간식도시락은 조금만 싸주셔도 괜찮아요. "
그 말을 듣고 도시락에 대해서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겠다 내심 안심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양까지 공지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네모난 식빵이 좋아? 동그란 모닝빵이 좋아?"
"동그란 빵!"
"과일은 어떤 거 넣어줄까? 포도?"
"응! 초록색 포도!"
아이에게 빵과 과일의 종류만 직접 고르게 했다.
소풍 전날,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파리바게트에서 모닝빵을 사고, 산책 삼아 과일가게에 가서 애플청포도 한송이까지 사고 나니 더 이상 준비할 게 없었다.
소풍 당일은 신랑이 등원담당이었다.
"모닝빵 반으로 갈라서 딸기잼 발라서 넣어주면 돼"
청포도 8알을 씻어서 통에 담아두고, 편의점에서 사 온 뽀로로 보리차는 속뚜껑을 떼고 이름을 적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