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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의눈 Jun 21. 2023

귀여운 신입사원

대리님, 저 큰 실수 한 것 같아요..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경력이 전혀 없는 '진짜' 새내기다.

엑셀을 써본 적이 없다는 말에 이 친구의 컴퓨터 활용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지연씨는 사무업무 자체가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엑셀이야 필요한 기능만 그때그때 배우면 그만이다. 그보다는 성실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요즘에는 신입사원들이 금방금방 그만둔다던데.. 우리는 행여나 지연씨가 '저 너무 어려워서 안될 것 같아요..'라며 내일 출근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또 면접을 볼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Ctrl+C는 복사, Ctrl+v는 붙여 넣는 거예요. Ctrl+s 자주 눌러주시고요."

'혹시 이거 알아요?' 자꾸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 자체가 이 친구의 자존감을 깎아먹을 것 같아 아예 기본부터 알려주다 보니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다행히 지연씨는 가르쳐주는 것들을 열심히 메모하고, 빠르게 업무를 배워나갔다. 점심시간에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굿즈를 수줍게 자랑하는 모습에 '혹시 20대라서 우리가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금방 내려놓을 수 있었다.


"대리님.. 저 큰 실수를 한 것 같아요.."

입사 일주일차, 지연씨가 메모장을 들고 머뭇머뭇 내 자리로 찾아왔다. 전임자가 인수인계해 주었던 업무들 중 깜빡하고 하지 않고 있던 일 하나를 오늘에야 발견했다는 것이다. 내 책상 옆에 쪼그리고 앉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지연씨 모습에 나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지연씨가 해야 하는 일은 그날그날 인트라넷을 통해 전달한다. 지연씨가 깜빡했다는 그 업무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건이라 따로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친구는 본인 실수로 업무를 누락해서 큰일이 난 줄 알고 자리에서 머리를 쥐어뜯다가 고민 끝에 이실직고를 하러 온 것이다.


"그건 더 이상 안 해도 되는 일이라서 괜찮아요. 해야 되는 일은 인트라넷에서 한번 더 전달하니까 너무 걱정 마요."

혼자 얼마나 고민하다가 내게 찾아왔을까 생각하니 귀엽고 안쓰러웠다. '짤리겠구나'라고 생각해 눈물까지 났다고 했다.


지연 씨가 회사생활하면서 뭘 빠뜨리거나 실수한다고 해서 큰일 날 일은 절대 없다. 그런 일은 신입에게 주지도 않거니와, 혹시 실수한다고 해도 다른 팀원들이 다 커버가능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더니 그제야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서툴지만 열심히 배우고, 솔직하게 실수를(애초에 실수도 아니었지만) 고백하는 모습까지!


우리 팀에 귀엽고 귀중한 신입사원이 들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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