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의눈 Jun 22. 2023

이직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겁니다

워킹맘에겐 무엇보다 퇴근시간이 중요하기에

이사 후 출근시간이 20분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단 5분의 야근도 없는 칼 같은 퇴근시간까지!


이 정도면 워킹맘에게는 최고의 직장이다.

그러나 직장인에게는 3년 단위로 위기가 온다고 했던가..

반복된 업무, 아쉬운 연봉, 더 큰 회사에 대한 동경으로 요즘 부쩍 잡코리아를 자주 보게 된다.


입사 첫 해에는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2년 차에는 일이 손에 익어 '나는 능력 있는 직원'이라는 자신감에 도취되었다. 3년 차가 되니 더 이상 발전하는 느낌이 없고 매일 기계적으로 업무를 쳐내는 기분에 '이대로 머물러도 되나'라는 불안감이 생겨났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출퇴근길에 영어공부를 하고, 매일 운동도 하고 있다. 마케팅에 필요한 툴 공부도 꾸준히 한다. 하지만 이런 공부들이 내게 곧장 성취감을 주지는 못했다. 월급쟁이에게 가장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연봉상승, 승진, 인센티브다. 그 3가지가 불만족스럽다면 이직을 통해서 점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 등하원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먼 거리의 직장은 꿈도 꿀 수 없다. 30분 내 출퇴근 거리, 야근이 없으면서 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업계까지 필터를 계속 추가하다 보니 검색 결과에 남아있는 회사가 몇 개 없었다.


"그냥 지금 다니는 곳 열심히 다녀."

신랑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 키우기에는 이만한 회사가 없는데 왜 자꾸 이직을 생각하냐며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나도 안다. 연봉 빼고는 크게 아쉬운 부분이 없는 좋은 직장이다.

아무리 내로라하는 기업에 합격한다한들, 출근하는데만 1시간이 걸리는 곳에 내가 갈 수 있을까. 무리해서 간다고 해도 아이 하원을 이유로 이직 첫날부터 6시 칼퇴를 할 수 있을까.

잡코리아에서 괜찮은 회사를 발견하면 집에서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본 후 '안 되겠네..'라며 페이지를 빠져나올 때는 기분이 참 씁쓸하다. 애초에 합격조차 못할지도 모르지만 불합격하더라도 이력서를 넣어보는 것과, 아예 이력서조차 내보지 못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지금 당장 이직은 못하지만, 아이가 좀 더 큰 후에 혹시 생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려 한다. 지금 나는 이직을 못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고, 이직 말고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으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귀여운 신입사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