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vs 이직,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이직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참 길었다.
원래 내 계획은 이러했다. 올해 안에 둘째 임신을 하고 육아휴직 기간 동안 대학원에 가는 것. 그리고 복직 후에 이직 계획을 세우는 것! 그런데 이 플랜 A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임신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딱딱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 외동으로 자식 계획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뒤늦게 둘째 욕심이 생겨버렸다. 더 늦기 전에 시도해 보자! 신랑과 합의(?)를 본 지도 어느덧 10개월.. 그동안 3번의 생리 지연이 있었고, 임신테스트기를 12개쯤 사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단호한 한 줄이었다. 첫 임신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 임신도 내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했다. 생리 지연 2주 차에 임테기 한 줄을 보고 나서야 '임신은 하늘의 뜻'이라는 말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임신이 될지 몰라 이직을 하고 싶어도 차일피일 미루던 차였다. 이직을 했는데 덜컥 아이가 생기면 안 되니까 섣불리 이력서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임신에 현직장에서는 점점 성취감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니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평소 멘토로 여기는 선배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선배의 조언은 심플했다.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임신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직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서류 접수부터 시작할 수 있다.
선배와 상담한 바로 그날, 첫 번째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산부인과 예약을 잡았다.
틈틈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관심 있는 채용공고도 그때그때 스크랩을 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첫 서류접수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아이를 재우고 그날 밤에 한 곳에 지원하고, 다음날 연달아 2곳의 회사에 더 지원서를 넣었다.
일주일 후, 지원한 곳 중 가장 규모가 큰 회사에서 서류에 통과했으니 온라인 인적성 검사에 응시하라는 메일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