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마케터의 4번째 이직할 결심 4 (마지막)

될 대로 돼라!

by 솔의눈

일주일 걸릴 거라고 하던 면접결과 통보는 바로 다음날 도착했다.

결과는 합격!

너무 빠르게 합격 통지를 받아서 어안이 벙벙했다.


며칠 후, 미리 예약해 두었던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오른쪽 나팔관 쪽에 혹이 있어 나팔관조영술을 통해 나팔관이 막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나팔관이 막혔다면 인공수정 등의 노력은 하지 않기로 신랑과는 미리 이야기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 나팔관이 막히지 않았고, 난소 나이도 20대 중반으로 건강했다. 의사는 나팔관조영술을 받은 달에 생각보다 임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달 자연임신을 시도해 보고 다시 내원하라고 했다. 우리는 다음 내원 날짜를 예약하지 않고 병원을 나왔다.


이직과 둘째 임신 중에 이미 이직을 선택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차라리 나팔관조영술 결과가 좋지 않아 완전히 마음을 단념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제는 그냥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했다. 너무 오래 고민을 했더니 '이젠 될 대로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렇게 간절했던 둘째 임신이 이제는 '되면 좋고 아니면 그만' 상태가 되다니. 어쩌면 임신이 아니라 현직장에서 잠시 도피할 수 있는 방안을 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5년을 꽉 채워 다닌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직할 회사명을 들은 팀장님은 더 큰 곳으로 가게 되어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본부장님도 떠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감사하게도 '지금 나이에 점프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것'이라며 격려를 해주셨다. 새로운 도전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상사가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새 회사에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걱정에 상담까지 해주시는 본부장님께 너무 감사한 나머지 앞으로 명절마다 반드시 선물을 보내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본부장님의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아낼지가 문제 이긴 하다)


인사이드아웃 2에서는 '불안이'가 라일리의 상상력을 이용해 갖은 최악의 상황을 그리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몇 달간은 내 정신적 리더가 '불안이'였다. 고민의 결론을 내린 상태에도 여전히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어떻게든 되겠지! 될 대로 돼라! 자기 최면을 걸어가면서 하루하루를 또 버텨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버틴 하루가 쌓여서 지나고 보면 웃으면서 '라떼' 이야기를 할 때가 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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