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작은 우화

11. 어느 보석 이야기 vol.2

by 글로그림 Geullogrim

오늘도 시끌벅적한 어린아이들이 내 앞에 섰어.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웃으며 야단법석이었지. 아름다웠던 목걸이가 분해되는 모습을 보고 난 뒤라 그런 건지 아이들 앞에서 반짝이는 일이 오늘은 즐겁지가 않았어. 그래서 오늘은 반짝이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 들었지. 아이들을 데리러 온 어는 여인이 나를 꽤 오래 쳐다보았어.


어른들의 시선을 느껴 본 지 오래라 그런지 그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어. 그리곤 세공사에게 뭐라고 묻기 시작했지. 한참을 세공사와 이야기 나누던 여인은 아이들을 데리고는 사라졌지. 그 여인의 시선에서 어떤 기대나 설렘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면 오해야. 그런 기대나 희망을 저버린 지 오래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래도 역시나 뭔가 아쉬움이 남는 건 숨길 수가 없어.


그 후로 며칠이 지나고 진열장에 불이 꺼지자 밤이 되었음을 알았지.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진열장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어. 창문 밖으로 환한 햇살이 비치는데도 우리들을 더욱 빛낼 진열장의 불은 들어오지 않는 거야. 세공사도 볼 수 없었지. 인기척이 없는 낮이 몇 번이나 계속되었어. 내가 그토록 오래 진열장에 진열되어 있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처음이야.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어.


오늘은 환한 햇빛도 비치지 않는 그런 날이었어.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워 햇살을 가둬버렸지. 그때 진열장에 불이 켜지고, 누군가 들어왔어. 그 사람들은 우리의 세공사가 아니었어. 그들은 우리를 상자에 하나씩 담기 시작했지. 나는 드디어 이 진열장을 벗어나게 되었어. 나도 진열장을 떠나게 된 거야!


우리들은 어딘가로 향했고, 조명이 가득한 곳에서 하나씩 사진을 찍게 되었어. 순서대로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되었지. 그렇게 많은 조명 앞에 서자 온몸이 따듯해졌어. 세공사의 손길을 다시 느끼는 기분이었지. 카메라플래시가 더해져 나는 오랜만에 멋진 빛을 내뿜으며 만족감을 느꼈어.


보석만이 누리는 즐거운 반짝임 말이야.


그리곤 또 하나하나 순서대로 어딘가로 향했지. 어디론가 갔다 온 보석들은 멋진 케이스에 하나씩 포장되었어. 모양이 서로 비슷한 어떤 보석들은 한 상자에 함께 담기기도 했지. 그렇게 다들 어디론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자, 진열장에서 떠나가던 보석들이 떠올랐어. 나는 늘 바라보는 입장이었지.


이번에도 역시나 내가 가장 마지막이었어. 모두들 그렇게 어디론가 떠나가 버리고, 결국 나는 마지막이 되었지. 나도 누군가에 의해 어디론가 가게 되었어. 그들은 결코 나를 그들을 몸 어딘가에 치장하려고 하지 않았어. 그저 들고 날랐을 뿐이야. 무척 서운했지. 나의 존재에 의문이 들고 존재 자체가 무척이나 불필요하게 느껴졌어. 난 결코 태어난 모양 그대로 사용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진열장을 벗어났다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말았지.


그들에게 이끌려 가다 보니 어떤 문 앞에 서게 되었어. 잠시 뒤 문이 열리자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공간이 나타났지. 나는 무대 중앙 가장 빛나는 자리에 앉게 되었어. 사람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


무대를 둘러보자. 뒤편으로 세공사의 사진과 방금 찍은 나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 것을 보았어. 난 세공사가 주변에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어. 사진 속 세공사의 얼굴을 보자 나를 만들어준 그가 너무 그리웠어 나만큼 그와 오랜 시간을 보낸 보석은 없을 거야. 그는 어디로 가고 저렇게 큰 사진만 걸려있는 걸까?


세공사가 죽고 나자 나는 빛을 보게 되었어.

세공사의 마지막 브로치라는 명칭으로 가장 큰 조명을 받게 된 거지.


시끄러운 소리가 오가는 경매장에서 나는 가장 비싼 값에 팔린 보석이 되었어. 마치 가장 오랜 시간을 세공사와 함께한 보석에게 주는 영예라고 할까? 세공사가 없는 마당에 명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는 누군가에게 달려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무척이나 컸어. 무엇보다도 세공사의 옷에 달려 있고 싶었지. 날 만들어준 사람이니까 말이야.


결국 그렇게 비싼 값에 팔렸지만 난 여전히 진열장 안에 있어. 놀랍지? 누가 진열장에 가둬두기 위해 그 비싼 값을 치렀는지 말이야.

이제는 다른 보석들과 같이 있지도 않아. 더 외로워지고 말았지. 나는 어느 큰 홀 중앙 작은 진열장에 진열되고 말았어. 그 홀이 어찌나 큰지 다른 작은 진열장들이 있지만 너무 멀어 잘 누가 진열되어 있는 건지 잘 보이지도 않아. 그래도 다행인 건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이 날 보러 와.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말이야.


나보다 더 반짝이는 눈으로 날 한참을 바라보다 가곤 해.

브로치로서의 역할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아. 서운하기도 하고 말이야. 많은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난 이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지.


아무래도 나는 어느 한 사람의 소유물이 되기에는 아까운 게 분명한 것 같아. 어린아이들의 눈은 속일 수 없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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