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어느 보석 이야기 vol.1
반지도 아니고, 목걸이도 아니고, 귀걸이도 아닌 이 보석은 좀 우울해 보여.
어딘가 희망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진열장 구석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야. 손에 낄 수도 없고, 팔이나 목에 걸지도 못하는 그 보석은 잘 못 만들어진 걸까? 사람의 몸 어디에도 걸칠 수 없는 모양새인데,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나의 주인은 세공사야. 그럼 나는 세공사의 것일까? 그런데 왜 세공사는 나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주인이 없다는 뜻일까? 나는 늘 진열장 한편에서 지친 모습을 하고 있어.
진열장의 브로치는 몇 개 없어. 다른 브로치들도 나처럼 모두 뭐랄까 좀 칙칙하다고 해야 할까. 빛을 잃고 주인도 잃어버린 듯 한 모습을 하고 있지.
주인이 없다는 것보다는 주인을 잃어버렸다는 게 더 위로가 되잖아.
내가 브로치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어졌어. 내 다음으로는 어떤 브로치도 만날 수 없었지.
이제 더 이상 브로치는 필요가 없는 모양이야.
그렇게 생각하자 좀 화가 났어. 내가 마지막 브로치라니. 세공사가 좀 더 빨리 나를 찾는 이들이 없어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날 만들지 말거나 다른 보석으로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날 왜 만들어서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게 하는 걸까?
나는 알고 있어. 보석상에 오는 이들은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걸. 그걸 깨닫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기대하지도 않을 만큼의 시간을 보낸 터라 아무렇지도 않아. 가끔씩 어른들과 함께 온 아이들이 나를 보고 웃어주곤 해.
인기 많은 보석들이 즐비한 진열장 앞에 아이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는 모양이야. 그럴 땐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누군가의 눈길을 받는다는 게 참 신나는 일인 거 같아. 그래서 보석상에 누군가 들어올 때면 뒤따라 들어오는 아이들은 없는지 지켜보곤 해.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들어오면 나는 행복함에 더 반짝이곤 하지. 아이들은 사람들이 없는 이곳으로 와서 나를 아주 아름답다는 듯이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고는 어른들의 부름이 있어야 마지못해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가거든.
정말 내가 아름다운 걸까? 그럼 도대체 왜 아무도 날 데려가지 않는 거지? 어린아이들의 눈에만 예쁘게 보일 뿐인지도 모르겠어. 저 아이들도 크고 나면 나는 쳐다보지도 않겠지?
이렇게 오래 진열장에 있다 보면 세공사가 브로치를 들고 다시 새로운 디자인으로 모양을 바꾸거나 아니면 보석을 떼어 다른 보석으로 만들곤 해. 그래서 나도 늘 기대를 해. 세공사가 다가오면 드디어 나도 다른 보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기대말이야. 그런데 나는 한 번도 모양을 바꾸거나 다른 보석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어. 그저 세공사는 가끔씩 진열장을 열고 먼지를 털고 마른 수건으로 나를 반짝이게 닦아줄 뿐이었어.
그렇게 매일이 똑같은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진열장에서 최고의 화려함을 뽐내던 목걸이가 다시 돌아온 적이 있었어. 처음 진열장에 걸리던 그때만큼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아름답더군.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목걸이를 세공사는 분해하기 시작했어. 나는 깜짝 놀랐지. 우리처럼 인기도 없고 팔리지도 않는 오래된 보석들만 모양을 바꾸는 줄 알았거든.
정말 안타까웠어.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말이야.
내 코가 석자라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목걸이는 정말 슬펐을 거 같아.
-The tale carrie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