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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인 Z Dec 22. 2020

소셜딜레마

모두가 더 우울해지는 세상

소셜 딜레마 - 제프 올롭스키, 2020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서 있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집 짓기에 대한 걸 알아보려고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며칠 밤을 새우면서 이 영상 저 영상을 옮겨 다니면서 보았다. 

결국 나도 전원생활의 수입의 한 방안으로 유튜브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느 날 블로그 검색 중에 패스트 캠퍼스 광고 배너를 보았다. 

홀린 듯이 들어가서 유튜브 비디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강의를 결재했다. 

그동안 내가 하는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 밖에 없었기에 유튜브에 관해서는 정말 무지했다. 

그런 내 불안을 구글은 잘 알고 있었고, 매달릴 곳이 필요했던 나에게 강의 링크는 운명 같았다. 


사실 그 강의는 영화과를 졸업하고, 10년 간 영화 업계에서 일한 나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라 정말 이런 걸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본단 말이야?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나도 이미 결재하고 강의를 들었으니 마케팅에 성공한 셈이다. 

그 강의는 굳이 영화과를 나오지 않아도, 조금만 검색하면 인터넷 상에서 다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그런 시간 조차 아까운 사람에게는 적절한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수입이 없는 나에겐 정말 돈 낭비였다. 


얼마 전  ‘듣똑라’라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현 기자가 <소셜 딜레마>라는 넷플릭스 다큐를 보고 무서웠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라면 그냥 흘려들었을 텐데, 그날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지도 난 분명히 내 의지로 모든 걸 선택해왔다고 착각했다.  

가끔은 낚시인 걸 알고도 궁금해서 누르긴 했지만, 이 모든 게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어쩐지 씁쓸해졌다. 

분명히 영화를 관두겠다고 마음을 먹고 모피어스의 빨간약을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매트릭스의 세계로 자발적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귀촌을 계획한 시점에 관련 영상을 보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패시브 인컴을 만드는 영상을 시청하게 되었다. 

귀촌을 계획하는 많은 사람들이 수입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자면서도 돈을 버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의 공통된 말이 

<소셜 딜레마>에서 말하는 알고리즘을 충실히 따르는 삶이었다. 

자신을 상품화하는 퍼스널 브렌딩을 거쳐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나를 소비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무척 혹 하는 말들이 많아 당장이라도 시작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력을 굉장히 높게 보기 때문에 모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을 하지만 1년 넘게 꾸준히 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런 거 듣고도 의심하며 시작 조차 안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결국 돈을 버는 사람은 소수라는 말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나도 글을 쓰겠다고 두 달 전에 ‘브런치’에 글을 적기 시작했지만.. 

어제 겨우 브런치에 작가 등록을 해서 승인을 받았다. 


다시 자극을 받고 부지런히 유튜브도 보고, 블로그도 보고, 당장 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스톡 사진 판매’를 위해서 여기저기 내 개인정보를 뿌리면서 사이트마다 가입을 했다. 

결국은 나도 블로그를 시작해서 구글 애드센스를 달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사람들의 유튜브를 보면서 밤잠을 설쳤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으로 공평하고, 

이 모든 걸 한 사람이 다하려면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야 했다. 

이건 정말 개미지옥이다. 

나 스스로 시청시간 조절을 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어느새 나도 통제력을 잃은 것이다. 


분명히 영화를 관두겠다고 마음을 먹고, 

잉여생산물만 판매를 하고, 

최소의 자동 수입이 되는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하루에 4시간 이상 일하지 않고 사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며칠간 나를 흔들어 놓았던 많은 파이프라인의 자동 수익구조는 

나를 하루 종일 인터넷의 세계에서 겉으로만 좋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로 

디지털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는 걸 이제야 체감한다. 


노마드라는 말은 정말 매력적인데, 

여기에 디지털이 붙으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삶이 되었다.  

다르게 말하면 언제 어디서는 디지털의 굴레 속에서 허우적거린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시간과 노동력을 교환해서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듣기만 해도 혹하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돈벌이는 없다. 하도 못해 주식 조차 내 시간을 투자해서 들여다봐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서 빠르게 세계가 바뀌었고, 사람들은 미래에 없어질 직업들로 인해서 무척 불안하다. 

불안한 사람들은 정보를 찾기 위해 끝없이 유튜브를 시청한다. 

물리적 장벽이 없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돈벌이들은,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이 가장 원하는 미래일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플랫폼에서 하루 종일 보내면서 시간과 돈을 쓰는 미래 말이다. 


우리 모두가 인터넷에서 나를 파는 시대가 되었다. 

한편으로 다른 사람의 구속을 받지 않고, 

나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토피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에 수익의 극대화라는 말이 붙으니 

유튜브 알고리즘에 내가 또 통제를 당하는 상황으로 가게 되었다. 


과거의 직업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변화는 분명 필요하지만 일단 알고 시작하자. 


거의 모든 플랫폼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설계하고 있다. 

오죽하면 넷플릭스가 자신의 경쟁상대는 인간의 수면시간이라고 까지 말하겠는가.. 

유튜브나 기타 플랫폼을 통해서 돈을 벌려면 알고리즘 구조상 내가 자주 많은 시간을 거기서 보내고,

꾸준히 많이 업로드를 해야 추천을 받을 수 있다.

도박의 초심자의 운을 아는가? 

이런 플랫폼 또한 신규 게시물이 상위에 노출되도록 꾸며져 있다. 

그건 마치 내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았지만, 

일면 구글이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다. 


나는 최근 두 달간 구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정말 많은 콘텐츠를 소비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에 뉴스가 보기 싫어서, 모든 걸 차단하고 구시대의 유물들만 소비해왔었다.

그러는 동안 세계는 변해갔지만 나는 따라가지 못했고, 

지금 내 인스타 피드를 열면 온통 사진과 환경에 대한 이슈뿐이다. 

이런 것만 보고 있으니 나는 세상이 환경을 위해 많이 나아졌고, 

여성들의 처우에 대해서 나아졌다고 안심할 뻔했다. 

내가 그런 성향의 게시글만 팔로우했을 뿐이었다. 


한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자. 

양 쪽 모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자.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 자. 

대신 그걸 판단하는 주체는 구글의 알고리즘이 아니라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주면 정말 편하다. 

하지만 그걸 허락한 순간 그 판단에 이끌려 다닐 거라는 걸 잊지 말자. 

뭐든 내가 경험하고 깨닫는 게 비효율적이지만 올바른 길로 가는 정도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이 모든 건 늘 극단적인 나의 문제이고, 내가 이걸 정말 잊지 말고 인지해야 한다. 

나에겐 균형 잡힌 관점이 필요하다. 


잊지 말자. 판단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 


아닐 비(非)

사이 간(間)
비효율적인 인간 = 비간 = 비가니즘 (viganism)


비효율적으로 살고 싶다고 아직 시작도 안 한 유튜브 채널명을 지었지만 전혀 그렇게 살지 못했다. 

내 삶의 모토가 진정으로 ‘비가니즘’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비효율적으로 정말 필요한 만큼만 벌고, 나머지 시간은 온라인을 떠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함을 잊지 말자. 

그리고 정말 구체적으로 하루에 쓰는 시간을 분배를 해야 할 것 같다.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으로 우리 정신을 지배하려는 시도에 저항하는 법. 


1. 시간을 뺏는 앱들을 지워라. (소셜 미디어 앱, 뉴스 앱... 등등)

2.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로 내 다리를 진동시키는 알림 설정을 꺼라.

3. 구글을 쓰지 말고 콴트를 써라. 콴트는 사용자의 검색 기록을 저장하지 않는다.

4. 유튜브의 영상 추천을 절대 받지 말라. 직접 골라서 보라.

5. 추천 목록을 제거하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도 있다.

6. 무엇인가를 공유하기 전에 팩트를 확인하고 검색을 더 하라.

7. 클릭이 돈이다. 낚시성 게시물을 클릭하면 이 시스템에 재정적인 도움을 준다.

8.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얻어라. 다른 의견의 사람까지 팔로우해라.

9. 실리콘벨리의 천재들은 자식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라.


다큐멘터리가 끝나자마자 내 아이폰의 모든 알람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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