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이 나쁜 건가요?
이 시대에서 성공적으로 살려면 틀을 깨고, 창의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들을 들어왔다.
코로나 19 시대를 살면서 이제는 성공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조건처럼 요구되고 있다.
갑자기요?!
일단 학교에서 그렇게 배우지 않았고,
사회에서 다른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이 미움받는 걸 늘 보아왔다.
너무나 멀어진 시대의 요구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오지선다에서 답을 찾는 걸 훈련받았고,
그걸 또 유형별로 요약해서 쉽게 외울 수 있는 학원을 다녔다.
토익과 토플같이 문제 유형에 따른 정답 맞히기 기술을 학습받았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맞춰서 졸업한 뒤에
우리는 외우기의 달인이 되어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건 시간 낭비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죽기 전에 봐야 할 1001가지 영화'
'20대에 하지 않으면 후회할 10가지'
'30대에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것들'
일상을 살면서도 나의 세대가 유행에 민감한 건
정답이 아닌 걸 고르는 건 답이 아니라고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겠다며 밥 숟가락을 들고 떠먹이는데
먹기를 거부하는 것보다 먹는 게 더 쉽다.
그렇게 자라서 시행착오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내가 다른 답을 골랐을 까 봐 끝없이 남들과 비교한다.
요즘은 생각하는 훈련을 위한 책 읽기 마저
시행착오를 줄여준다고 한다.
바쁜 현대인의 시간을 줄여주겠다며
책 구독 서비스를 통한 양질의 책만 보라고 권한다.
아니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젠 그 책을 요약해주는 팟캐스트나 유튜브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이라니...
그냥 안 읽었다고 말하면 안 되나?
사회는 나를 생존을 위한 노동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만들면서
그 와중에 인맥도 관리하고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SNS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절대적 시간의 부족함에도 모든 걸 다 해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욕망의 틈을 비집고
쉽게 정답을 고르도록 하는 곳에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만든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좀 심심하고 단순하고 소박하게 각자 맘대로 살면 안 되나?
세계적으로 후발 주자였던 한국은 어느덧 선진국이 되었다.
모든 국민의 시행착오를 없애기 위해 철저히 노력해왔다.
그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어쩌면 정답이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19로 모든 인류가 역사상 유례없는 상황을 동시에 겪고 있다.
그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한다.
이제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개인이 각자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환경과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돌려줬으면 좋겠다.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